◎한라그룹 끝내 도산/중공업 법정관리·만도 화의신청/영진약품도 최종부도금융기관과 재벌그룹, 중견상장사들이 연쇄 도산하는 등 대량부도사태가 본격화하고 있다.
5일 고려증권이 금융기관으론 34년만에 처음으로 최종부도처리된데 이어 6일 재계서열 12위의 한라그룹이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 및 화의신청의사를 밝혔다. 중견상장사인 영진약품공업도 이날 최종부도처리됐다. 종금사들 역시 단기자금시장 마비로 자금부족규모가 한때 4조원을 넘어 사실상 결제불능사태에 직면하기도 했다.
재계와 금융계는 현 상황을 금융부문과 실물부문(기업)을 양축으로 하는 경제시스템의 붕괴로 규정하면서 금융기관폐쇄 상호채무보증금지 등 국제통화기금(IMF)의 강제적 구조조정프로그램이 시작될 내년이후 금융과 기업의 부도사태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관련기사 2·3·8·9·27면>관련기사>
한라그룹은 종금사들이 4일 외환 제일 조흥 서울 상업 등 5개 은행에 돌린 1천7백억원의 어음을 이날까지 막지 못함에 따라 최종부도처리됐다. 이에 따라 한라그룹은 ▲한라중공업과 한라해운 등 2개 계열사는 법정관리 ▲만도기계 한라시멘트 한라건설 등 3개사는 화의를 신청키로 했다.
자산기준 재계서열 12위, 여신기준 10위인 한라그룹은 주력사인 한라중공업(삼호조선소)이 누적적자로 자기자본이 4천3백억원이나 잠식된데다 최근 종금사들이 신규여신을 중단하고 기존여신을 무차별적으로 회수함에 따라 쓰러지게 됐다. 국내외 36개 계열사를 거느린 한라그룹의 금융권 총여신은 6조4천7백64억원으로 ▲은행 3조3백64억원 ▲종금 3조1천7백4억원 ▲보험 1천1백34억원 ▲리스 1천5백53억원 등이다.
중견상장 제약회사인 영진약품공업도 종금사 등이 돌린 74억원의 어음결제에 실패, 이날 최종부도처리됐다. 이로써 영업정지조치를 받은 종금사를 포함, 부도 화의 법정관리 등으로 쓰러진 상장사는 이달들어서만 15개, IMF구제금융신청(11월21일)이후 20개에 달하고 있다.
한편 이날 상오 자금부족액이 4조원에 달했던 10개 종금사는 은행권 콜지원재개로 지급불능 위기는 넘겼으나 종금권에서 제2의 고려증권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IMF와 정부간 합의에 따라 은행을 포함한 부실금융기관 폐쇄문제가 현실화할 경우 여신회수속도는 더욱 빨라져 기업연쇄도산과 부실누적에 따른 금융기관부도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