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벌 생사 시장원리에 달려”/은행폐쇄 이면합의 없고 체질개선 등엔 합의/구체 이행조건 앞으로 계속 협상통해 재조정스탠리 피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는 4일 상오(현지시간) IMF본부에서 한국에 대한 구제금융지원 결정과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의 경제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아주 급박한 상황이어서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협상을 진행했다』며 『IMF는 이번 지원이 성공할 것으로 믿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경제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앞으로 한국경제의 구조조정과정에서 재벌이 살아남게 되는가.
『재벌 자체를 죽이려는 의사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 한국의 기업도 국제적인 기준에 따른 투명성을 확보하는 개혁을 해야 한다. 따라서 재벌의 생존여부는 시장경제의 원리에 달려있다』
―한국정부와 IMF가 발표한 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에 차이가 있는데.
『성장률 자체가 지원프로그램의 목표가 아니고 하나의 가정치에 불과하다. 2.5∼3%라는 예상 범위내에 들어 있는 수치일 뿐이고 현재로서 누구도 성장률을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
―은행의 폐쇄에 관한 이면합의가 있었는가.
『그런 합의는 없었다. 다만 종금사나 은행이나 모두 체질개선과 재활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합의가 있었다』
―IMF가 제시한 이행조건으로 한국의 경제가 침체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한국의 성장률 저하는 IMF가 개입하기 이전부터 나타났고 IMF의 지원조건이 없었더라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지원에서 미국은 뒷전에 머물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려는 인상을 주었는데.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 이번에 두가지 점에서 기여했다는 것이다. 첫째는 직접적으로 50억달러를 지원키로 한 것이며, 둘째는 미국이 IMF의 최대지분 참여국이라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IMF를 통해 기여했다. 미국은 수차례에 걸쳐 밝힌 바 있지만, 아시아 각국의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데는 국제적 기구가 앞장서야 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IMF가 대선 후보들로부터 각서를 받은 것에 대해 한국에서 비판여론이 많은데.
『이번 협상은 한국의 대통령선거를 불과 2주일 앞두고 진행됐다. 이같은 한국정치의 특수상황으로 인해 이번 프로그램이 장차 실행될 것이라는 확증을 IMF이사회에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IMF의 지원이 대선이후에 시작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시일이 너무 촉박해 한국의 대통령이 각 정당의 대선후보에게 다음 정부가 이번 프로그램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받은 것이다』
―한국정부와의 재협상 가능성은.
『원칙적으로 구제금융프로그램은 상황의 변화에 따라 계속 협상해 나가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프로그램도 구체적인 이행조건을 계속적인 협상을 통해 재조정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경제의 위기상황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 있다고 보는가.
『그 문제는 IMF가 답할 성질이 아니다. 그러나 금융개혁법안 제정에 소극성을 보이는 등 정치권이 일부 책임이 있는 것 같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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