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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 터지는데도 ‘기초 튼튼’ 타령/IMF시대­경제파탄 책임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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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 터지는데도 ‘기초 튼튼’ 타령/IMF시대­경제파탄 책임소재

입력
1997.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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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 부총리 등 오판 금융정책실도 직무유기/청와대 조정능력 상실 ‘시장경제 제일’ 맞장구한국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통치」를 받게 된데는 정책당국자들의 「정책실패」가 크게 작용했다는 점에서 「인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들은 무엇을 누가 잘못했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분풀이」가 아니라 실패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 이같은 사태의 재발을 예방하는 교훈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재정경제원 한국호를 벼랑으로 몰고가다

지난 3월 취임한 강경식 전 부총리 겸 재경원장관은 한보사태 「수습용」으로 기용됐음에도 불구, 한보사태 수습보다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금융실명제 보완, 벤처기업 활성화 등 한국경제의 체질개선에 주력했다. 그러나 정작 실물경제는 3월 삼미그룹, 4월 진로그룹, 5월 대농그룹 등 재벌그룹이 매달 1개꼴로 넘어진데 이어 6월에는 금융대란설이 금융시장을 강타하는 등 붕괴현상이 가시화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강 전부총리와 구경제기획원 출신 재경원 관계자들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틀(기초)이 좋은 만큼 지금이야말로 시장경제로 체질을 전환하는 절호의 호기」라며 이같은 위기조짐을 「기우」로 몰아붙이고 오히려 21세기 국가과제, 지방경제 활성화라는 「원대한」계획에 집착했다.

특히 강 전부총리는 금융정책의 사령부격인 금융정책실의 인력을 금융개혁작업에 총투입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강력하게 반발했고 결국 금정실과 한은이란 금융정책의 양축 모두 「죽자살자」식의 「밥그릇싸움」에 돌입, 확산일로에 있는 금융위기를 방치했다. 결과적으로 강 전부총리는 눈썹의 불은 놔둔채 체력단련에만 열중, 한국호를 벼랑으로 몰고 가도록 항해지시를 한 것이고, 금정실은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여기에는 재경원 조직의 「비만」과 구재무부와 구기획원 출신의 「반목」도 한 몫을 했다.

◇사이렌을 울리지 않다

한국경제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이었다. 동남아의 외환위기로 국내 종금사가 대거 손실을 입고 궤멸하기 시작한데다 기아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종금사의 궤멸 및 이로 인한 외환고갈과 기아사태 장기화 및 처리방향은 외환경색과 외국인들의 엑소더스(대탈출)를 촉발하는 등 한국경제를 제2의 국치로 몰고간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특히 재경원을 비롯한 정부는 종금사 궤멸과 기아사태의 대응에서 실패했다. 강 전부총리는 「특정재벌의 편이다」라는 루머에 눌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기아사태를 100일이나 끈 데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기아자동차의 공기업화」라는 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해결책을 냈다. 또한 종금사가 동남아에서 「생살」을 뜯겨 이를 치료하기 위해 국내에서 자금을 마구 회수하는 바람에 금융시스템이 마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사태 발생 3개월이 지난 10월께에야 눈치를 챘다. 운명의 달은 11월이었다. 재경원은 10월말 현재 300억달러정도의 외환보유액이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없다고 「호언」했으나 실제 외환보유액의 기능인 대외채무 지불능력을 나타내는 가용외환보유액은 100억∼150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제전문인 블룸버그통신의 「한국 IMF신청설」을 계기로 11월들어 하루에 10억달러이상씩 달러가 물밀듯이 빠져 부도일보직전에 몰렸는데도 강 전부총리는 위기의 실상을 청와대에 명백하게 알리는 등 「사이렌」을 울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일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대피사이렌을 울리지 않은 것이다. 외환보유고와 외채에 대한 금정실의 비밀주의가 한몫을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정능력 상실한 청와대

김인호 경제수석은 경제부처나 고위 관료들간에 이견과 갈등이 지속되고 경제가 망가질 때는 대통령의 참모자격으로 조정해야 하는데 강 전부총리의 논리에 밀려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이 경제위기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사태를 방관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강부총리가 기아사태이후 흥분한 나머지 과열조짐을 보이고 이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하고 있는데도 「시장경제는 좋은 것」이라며 강 전부총리의 정책에 박수만 치고 있었다. 견제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이와함께 김수석의 전임인 이석채 수석에 대한 비판론도 많다. 지난해 경상수지적자가 237억달러에 달하는데도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약 8%밖에 절하되지 않아 문제가 많다는 재경원 실무진들의 건의를 묵살, 환율을 실세화하자는 의견에 대해 호통을 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한승수 부총리와 이경식 한은총재는 이수석에 눌려 입장을 제대로 표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억지 환율고수방침이 금융위기의 배경이라는게 재경원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제 역할 못한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 및 외환관리와 은행감독기능 등을 맡고 있는 한은의 이경식 총재 역시 최근 환율 급등추세와 관련, 외환시장 개입문제를 놓고 부적절하게 대응하는 바람에 외환보유액을 낭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청와대 재경원 한은이 벌였던 환율의 실세화 논쟁 과정에서 이총재는 거의 역할을 하지 못했고, 강 전부총리의 금융개혁 추진에도 적절한 제동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김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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