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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실업대란/매일 1,600명이 내쫓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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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실업대란/매일 1,600명이 내쫓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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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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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5%에 실직자 110만명/대부분 가정의 유일한 소득원인 가장들이 거리로 내몰린다/재취업·전직의 길은 좁고 실직자 흡수할 대체산업도 부재/그나마 실업보험이나 받을지…IMF구조조정으로 내년에 추가로 발생할 실업자수는 60만명. 하루 1,600명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린다. 올해 실업자 50만명을 합하면 110만명이 일자리 없이 방황해야 한다. 바야흐로 실직 태풍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거리로 내몰릴 실직자들을 위해 정부도 기업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돼야 하는가. 실직자들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각 경제연구소들이 내놓은 98년 실업전망은 최소 80만명에서 최대 120만명. 금융기관 통폐합과 산업구조조정까지 고려한 평균 전망치는 실업률 5%에 실업자 110만명 선이다.

3% 저성장률로 인한 미취업자 30만여명에 금융부문에서 10만여명,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도 20만명 이상이 실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IMF의 구조조정 및 시장개방 압력이 예상보다 강해 실직태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러한 실업태풍속에서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비바람부는 벌판에 홀로 내버려진 처지다. 가구주 1명에 대한 소득의존도가 높아 실업으로 인한 가계의 타격은 선진국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 정부도 기업도 의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는 인력재배치와 일시휴업, 근로시간 조정, 일나누기(Job Sharing) 등을 통해 실업만은 막아 보겠다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해고 대신 교육훈련과 조업단축, 파견근무를 실시하는 기업에 대해 임금 및 훈련비를 지원하겠다』며 단기지원책을 제시했지만 실업태풍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지원에도 불구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 실시가 확실시되고 기업들의 대량해고 바람도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민간연구소에서는 생산성 기여도가 낮아 정리가 불가피한 기업 잉여인력이 10%를 넘는다는 분석결과도 내놓고 있다.

실직자들이 가장 먼저 당면할 문제는 재취업과 전직을 위한 공공 취업정보망의 부족. 정부 노동사무소와 취업센터 등 공공직업안정망을 통한 취업이 영국의 경우 전체 취업의 70%, 일본은 32%를 차지하는데 비해 우리는 단 1.5%에 그친다.

대부분 개인이나 기업, 사설기관을 통해 일자리를 얻었다는 얘기다. 외국은 실직자에 대해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직업교육, 대규모 취업정보망을 운영하는데 반해 한국의 공공취업알선기관은 주먹구구식 취업상담으로 실직자에게 굴욕감과 좌절감만을 줄 뿐이다.

직업훈련기관도 양과 질에서 모두 보잘 것이 없다. 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기능대학이 대부분 단순기능공 양성이 목적인 데다 인원도 4,000여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번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1차 정리해고 대상은 임원이나 사무관리직 등 화이트칼라. 이들이 교육 및 전직 시스템을 통해 재취업하기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창업지원시스템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실직자를 흡수할 대체산업이 없다는 점. 산업연구원 온기운 동향분석실장은 『일자리 창출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벤처기업도 자생적 토대가 약해 단기적으로는 고용흡수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IMF의 요구에 따른 금융시장 개방과 수입선 다변화 해제는 국내산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혀 자동차, 전자 등 기간산업 부문의 신규 고용창출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한마디로 있던 일자리는 없어지고 새자리는 생기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원덕 부원장은 『한국의 좁은 노동시장도 실직자들의 취업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며 『직업·직종별 노동시장이 빤해 동종업종이나 산업으로의 재취업이 어렵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뺏긴 사람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실업급여. 실직전 임금의 50%를 1∼4개월간 받을 수 있지만 액수가 적고 조건도 까다로워 생계수단이 되기에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임금의 80%를 8개월간 받을 수 있는 유럽국가들에 비하면 턱없이 열악한 수준이다.

그나마도 제대로 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대량실업이 발생할 경우 고용보험기금의 고갈이 우려되기 때문. 고용보험센터 유길상소장은 『기금 규모가 2조원에 달하고 재정수지가 건전해 80만명 정도의 실업수준이라면 향후 2∼3년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실업자가 110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한사람이 받을 수 있는 돈이 평균 220만원 정도이므로 1∼2년이 지나면 기금이 고갈될 위험이 높다.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 경제동향팀장은 『고금리와 자금흐름 단절로 부도기업이 속출하고 대체산업분야도 없어 대량실업은 불가피하다. 긴축재정으로 인해 정부의 지원에도 한계가 있어 대책을 세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단체들은 『실업급여 액수와 지급범위를 확대하고 잉여인력에 대한 종합적인 재교육, 재취업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여건은 악화일로에 있다. 정부의 무대책과 기업의 무자비한 감원바람속에 직장인들은 끝이 안보이는 고통의 터널을 지나야 할 운명이다.<배성규 기자>

◎누구부터 해고되나/미국의 ‘선임자 우대’ 같이 관행화한 룰 없고 객관적 인사고과도 미정착/간부급·여성이 더 불안

『누구부터 잘리나』

모이면 해고 얘기다. 일찌기 겪어본 적 없는 대량해고사태를 앞둔 직장인은 불안하다. 과연 누가 감원 1순위인가.

정리해고제가 일찍 정착된 미국의 경우 근속년수가 오래된 노동자를 나중에 해고하는 「시니어리티 룰(Seniority Rule)」이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다. 때문에 입사 1년차가 가장 먼저 감원 대상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노동연구원 최강식 동향분석실장이 최근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를 실시한 기업을 대상으로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을 조사한 결과 ▲평소 근무성적 불량자 ▲기구축소나 폐쇄라인의 근무자 ▲근로능력이 떨어지는 자 ▲근속년수가 오래된 자 ▲기능의 숙련도 정도 ▲징계 경험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개별 노동자의 인사고과가 해고대상자를 선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는 뜻이다. 회사에 대한 기여도보다는 당장의 생산성이 더 중시되는 것이다. 그래서 인건비 부담이 크고 근무집중도가 떨어지는 「늙다리」들이 우선 물망에 오른다. 감원을 실시하는 기업들이 임원들을 우선 줄이는 것은 이런 경향을 반영한다. 임원은 노동조합원이 아니므로 노조를 덜 자극한다는 측면도 있다.

여성노동자가 먼저 해고대상이 되는 것도 일반적이다. 감원을 추진하고 있는 모그룹 인사관계자는 『전직원의 20%를 감원할 계획인데, 특히 여성인력을 2분의 1선으로 줄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사고과가 자의적이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기 힘든 것도 우리나라의 기업 풍토다. 포스코경영연구소 이영호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업은 해고대상자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또 기준이 있더라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경영자나 상사에게 「찍힌」 직원이 애매한 이유로 해고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의 경우 이사급 이상 임원은 이사회에서 해고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 쌍방 계약시 해고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놓는 경우도 많다. 95년 LG 그룹이 미국 제니스사를 인수했을 때 현지인 사장을 당장 해고하지 못한 것도 「임기 이전에 해고할 경우 계약만료시까지의 임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계약서 조항 때문이었다.

누가 먼저 잘리든, 이래저래 우리나라 직장인의 「목걱정」은 더욱 처절하다.<김경화 기자>

◎분노하는 노동계/“우리기업 인건비 비율 높지 않아/구조조정하되 고용총량 보전해야”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은 정경유착과 재벌체제에 있는데, 이제 와서 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이 말이 됩니까. 지금까지 우리 경제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우수하고 건실한 노동 인력 덕분이에요. 이제 와서 마구잡이로 일자리를 빼앗겠다니 배신감이 듭니다』

재계의 대규모 인력 감축방침에 대해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제를 지금의 위기상황으로 몰아넣은 책임이 기업의 부실경영과 정경유착의 폐해에 있으면서도 모든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는 양 몰아 부친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최대열 홍보국장. 『재계에서는 경영 악화의 원인이 과다한 임금 상승과 강성 노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회사경비 중 인건비 비율은 12% 정도인데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결코 높은 수치가 아닙니다. 경비를 절감해야 하는 분야는 인건비 말고도 수없이 많습니다. 경제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재벌 체제와 거품 경영에 있습니다. 경영 합리화가 곧 해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노동계도 지금의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노동계가 예전과 달리 전향적인 고용조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도 「기업이 망하면 노동자도 망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민주노총 정성희 대외협력국장은 『정리해고 대신, 총액 임금을 동결하고 주 48시간 노동시간을 40시간으로 단축하는 안을 사용자측에 제안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지금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불황기의 인력조정안을 공동 논의하기 위해 노·사·정 공동기구 조직을 제안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노동계의 기본 입장은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되 고용 총량은 최대한 보전 돼야 한다는 것.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사회 불안심리를 조장하는 정리해고만은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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