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이래 최저치… 연말 달러당 135엔 예상일본 엔화 약세가 가속화·장기화할 전망이다. 5일 도쿄(동경) 외환시장에서는 5년내 최저치인 달러당 129.88엔을 기록했다. 같은 날 뉴욕과 런던시장에서도 「심리적 보루」로 여겨져 왔던 달러당 130엔의 벽이 무너졌다. 엔화가 달러당 130엔대로 떨어진 것은 5년 7개월만에 처음이다.
뉴욕과 런던시장에서 엔화가 급락한 표면적인 계기는 미국의 실업률이 24년만의 최저치인 4.6%를 기록하는 등 미국 경제의 건실함이 부각된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최근 자국의 금융불안 때문에 연일 거액의 자금을 방출하면서 단기금리가 하락, 미일 양국간의 금리차가 더욱 벌어진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일본의 경기가 이른 시일내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일본경제에 대한 비관론과 급격히 확산된 일본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이 「엔 팔자」를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 대장성과 일본은행은 이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하며 『엔저에 적절히 대응한다』고 밝히고 있어 시장 개입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엔 사자」로 분위기가 바뀔 만한 시장 재료가 매우 빈약한 상황이어서 연말에는 달러당 135엔까지 떨어지는 등 엔저 현상이 이어지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같은 「엔저·달러고」현상은 단기적으로 일본의 수출을 증가시켜 기업수지를 개선하는 등의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수입품 가격의 상승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등 일본 경기를 더욱 침체시킬 수 있어 일본 정부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일본 팔자」의 측면이 강한 엔저현상이 주식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면 일본 경제는 다시한번 몸살을 앓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 위기」 이래 수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현재 원화의 하락폭이 엔보다 크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엔저현상이 지금보다 심해 질 경우 한국의 수출에도 심각한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도쿄=김철훈 특파원>도쿄=김철훈>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