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차입 안되면 기업 줄줄이 도산9개 종합금융사 영업정지조치로 촉발된 단기자금시장마비로 인해 일부 종금사들이 사실상 부도상태에 놓이는가 하면 대기업부도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문제의 출발점인 종금사의 단기자금을 해결하지 못하면 자칫 금융과 산업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9개 종금사에 대한 영업정지조치 다음날인 4일이후 선발종금 및 일부 우량종금을 제외한 종금사들이 콜자금(금융기관간의 자금과부족 해소를 위한 초단기 긴급자금) 마감시간을 최대 이틀이나 넘겨 결제했다. 이는 영업정지조치이후 부실종금사들의 예금인출사태로 자금수요가 크게 늘면서 금융권의 자금이 종금사를 통해 급속히 유출돼 일부 우량은행이나 타 금융권으로 분산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금사들이 결제하지 못한 콜자금 규모는 하루평균 1조원씩 늘어나 6일까지 누적액수가 4조원대, 자금을 결제하지 못한 종금사는 10개에 달했다. 이에 따라 해당 종금사들이 개인고객이나 법인들에게 발행한 당좌수표가 잔고부족으로 은행에서 결제되지 못해 해당 종금사들은 사실상 이틀동안 부도상태에 놓였다.
6일에야 청와대까지 전면에 나선 끝에 은행들이 콜자금 제공을 재개, 종금사들이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이같은 상황은 은행과 종금사들이 정부의 보장을 믿고 영업정지된 9개 종금사에 영업정지 전날 1조2천억원대의 콜자금을 빌려줬다가 이를 받지 못하면서 촉발됐다. 다음날부터 은행들이 종금사에 대한 콜제공을 중단하면서 단기자금시장은 급속히 마비돼 왔다. 단기자금마비의 파문은 증권사로 확산돼 결국 고려증권이 5일 부도를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6일에는 재계서열 12위인 한라그룹과 중견제약회사 영진약품이 부도를 내고 의류업체 K기업이 부도위기에 놓이는 등 기업들의 부도가 확산됐다. 단기자금시장마비로 자금조달이 막힌 종금사들이 필사적으로 자금회수에 나서면서 「부도기업확대―종금사 채권회수불능―영업중단―기업부도사태 및 은행부실화」라는 최악의 공멸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9개 종금사에 영업정지처분을 내려 자금을 묶어놓고도 신뢰회복을 위한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미봉책에 매달리고 있는데 대한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하루이틀도 아니고 은행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단기자금을 지원받아 종금사의 부도를 지속적으로 막아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A은행 자금부장은 『정부가 종금사부도를 방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나머지 외국환평형기금 1조2천억원을 일시에 장기로 지원하는 방법 등을 통해 종금사에 대한 불안을 덜어주고 자금이 몰리고 있는 우량은행이나 국책은행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콜차입난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준형 기자>김준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