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마비가 기업줄도산으로 확산/“10대 그룹 2,3곳도 위험” 위기감 최고조『기업 부도의 봇물이 터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신청으로 인한 금융권 마비현상이 마침내 기업의 줄도산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6일 재계 12위인 한라그룹의 최종 부도는 전날 고려증권 부도의 즉각적인 여파로 앞으로 기업 연쇄부도가 한층 가속화 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너나없이 자금확보에 비상이 걸려있는 기업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다음은 어디냐』며 거의 공포분위기에 빠져있다. 재계에서 떠돌던 『50대그룹중 내년까지 온전하게 태풍을 피할 기업이 절반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사실로 굳어지는 듯한 분위기다.
재계는 특히 한라그룹의 몰락이 고려증권의 부도를 막바로 잇고 있다는 사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금융산업의 개편은 어차피 기업의 동반개편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 금융권의 어려움이 기업들의 줄도산으로 막바로 이어지고 있다』는 반응들이다.
이와관련, 재계의 가장 큰 우려는 9개종금사에 대한 업무정지조치와 2개은행에 대한 폐쇄가능성이다. 이미 9개 종금사에 대한 업무정지조치로 기업들의 위기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웬만한 기업은 물론이고 내로라하는 기업들조차 저녁때쯤이면 『어느 종금사가 자금을 못막지못해 모모기업이 도산할 운명』이라는 얘기들이 무성한 것이 현실이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자금마련에 동분서주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정이 급박한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명단을 파악하느라 온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난은 사실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정도다. 기업의 운영자금을 전담하고 있는 종금사를 통한 신규여신이 불가능한데다 무차별로 여신회수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라그룹의 위기역시 종금사들의 동시 어음교환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9개 업무정지대상 종금사에 대한 기업들의 대출금은 26조원. 웬만한 기업치고 종금사에 기대지 않는 기업이 없어서 기업들의 자금압박과 부도위기 역시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한라의 부도로 6조원의 부채가 또 다시 묶이고 협력업체의 도산 등으로 중소기업들의 연쇄도산이 이어질 경우 자동차업계는 물론이고 전 업계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현재 10대그룹내 2∼3개 그룹의 부도가 임박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부실 종금사를 안고있는 1∼2개 그룹 ▲한라처럼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그룹 ▲그룹내 현금을 회전시킬 수 있는 업종이 없는 기업 등이 특히 부도선상위를 넘나들고 있는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높거나 종금사 대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우선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지금처럼 금융권 전체가 마비에 빠지면 부채비율이나 부채구조 경영상태 등에 관계없이 기업들이 맥없이 줄줄이 쓰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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