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대기업까지 자금악화설로 ‘휘청’종금사의 부실로 촉발된 단기자금 시장 마비현상이 기업·증권사 등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신청이후에도 악화일로를 걸어오던 자금시장마비현상은 3일 9개 종합금융사에 대한 영업정지를 계기로 종금사이외 증권 등 타 금융권으로 불똥이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4일에 이어 이날도 일부 종금사들이 전날 갚았어야 할 콜자금(금융기관간의 자금과부족 해소를 위한 초단기 긴급자금)을 이날 하오까지 결제하지 못했다. 이날 부족자금규모는 2조원대로 전날에 비해 크게 늘어났으며 자금을 결제하지 못한 종금사 수도 증가했다.
종금사뿐 아니라 영업정지된 동일계열 종금사(고려종금)에 콜자금을 제공했던 고려증권이 자기자금이 묶인데다 추가로 자금을 구하지 못해 5일 최종부도를 냄에따라 금융시장마비의 충격은 확산양상을 보이고 있다.
단기자금시장이 마비된 것은 근본적으로 부실채권누적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던 종금사들이 IMF구제금융 신청이후 지속적인 예금유출이 겹쳐 자체 자금조달능력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종금사들이 기업 여신에 대한 무차별회수에 나서면서 4, 5일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마저 자금악화설이 나도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지난 3일 업무가 중단된 9개 종금사에 전날 콜자금을 제공했다가 자금이 묶인 은행들이 종금사에 대한 콜자금제공을 사실상 중단했기 때문이다. 재경원은 4일 은행장들에게 단기자금시장 정상화를 위해 종금사에 대한 콜자금 제공을 요청, 전날 마감분은 결제가 이뤄졌으나 이날 또다시 만기가 돌아온 자금에 대해서는 여전히 콜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IMF구제금융에 따른 통화긴축이 시작되면 금리가 뛰고 자금부족이 심화, 단기시장마비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계에서는 정부의 일관성없는 정책이 금융권의 불신을 위험수위까지 몰고왔다고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9개 종금사에 영업정지를 내리기 전날 이들에게 콜자금을 대주라고 요청해놓고 지급보장 약속을 지키지도 않는 정부를 어떻게 믿고 종금사에 또 돈을 주겠느냐』고 말했다.
금융기관간에도 이미 나먼저 살고보자는 공황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한 종금사 간부는 『종업원퇴직보험을 들어주고 있는 거래 보험사에서도 예금을 빼가려고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한 종금사 임원은 『정부가 더이상 종금사의 영업정지는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단기자금흐름을 조속히 정상화시키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영업정지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1조8,000억원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외평콜)을 장기로 종금사에 제공하는 한편 재정자금을 동원해서라도 당초 약속대로 9개 종금사에 묶인 1조2,000억원대의 콜자금과 일반예금을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종금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김준형 기자>김준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