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일손 놓은채 망연자실/항의하던 고객도 할말을 잃어/타증권사들 “남의 일 같지 않다”○…고려증권의 어음이 지급제시된 7개 시중은행과 금융결제원은 증권파동이후 최초의 금융기관 부도를 막기 위해 사흘동안이나 부도처리를 미뤘으나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은행들은 고려증권이 3일 만기 도래한 어음 1,480억원을 결제하지 못하자 결제시한을 4일 상오 10시, 낮 12시, 오후 4시까지로 최종결제시한을 계속 늦췄다. 그러나 고려증권은 4일 밤까지도 어음을 모두 막지는 못했고, 이 날짜로 은행권에는 2,010억원의 어음이 추가로 돌아왔다.
은행들은 3일자 어음을 5일까지 막도록 하는 초법적인 연장 조치를 취했고 금융결제원은 5일 하오 영업시간이 끝난뒤에도 한시간 가까이 최종부도처리를 미뤘으나 결국 손을 놓고 말았다.
○…고려증권직원들은 이날 하오 거래정지 처분을 받자 일찌감치 부도를 예견하고 대부분 사무실을 비웠고 남은 직원들도 일손을 놓은채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한 직원은 『계열사인 고려종금의 부실을 떠안는 바람에 부도로 몰린 것같다』며 『기업내용이 좋지않은 종금사·증권사도 있는데 단지 대그룹 계열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힘없이 몰린 것 같다』며 하소연하기도.
고려증권 이영철 경영기획팀장은 『부도를 막기위해 며칠밤을 뛰어다녔으나 결국 이렇게 됐다』며 『다른 무엇보다 고객들과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가지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려증권 본점 영업부와 지점에서는 이날 하오부터 정문에 「예탁금인출 중단」이란 팻말을 내걸고 영업을 중단, 고객들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일부 고객들은 평소 예탁금을 맡겨놓았던 영업직원들을 찾아, 항의했지만 망연자실해하는 직원들을 보고는 할말을 잊는 모습이었다.
○…여타 증권사들도 업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 침통한 분위기였다. S증권임원은 『자본시장개방이나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출범 등으로 증권업계가 변해야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며 『고려증권 사태가 남의일 같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고객들의 동요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예탁자의 피해는 없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각설이 나돈 고려증권의 본사 사옥은 아직 준공검사를 받지 못해 담보제공이 불가능한 상태. 이때문에 은행권으로부터 콜자금을 얻는데 어려움이 가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증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콜자금에 대해 담보를 요구해와 자산내역을 확인한 결과 지난 9월말에 입주한 본사 사옥은 아직 준공검사를 받지않아 담보로 제공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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