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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권력만들기/김주언 전국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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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권력만들기/김주언 전국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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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때만 등장하는 단골메뉴가 있다. 언론의 편파보도시비이다. 92년 대선때는 특정언론사의 「김영삼 대통령만들기」가 시비거리로 등장하더니 이번에는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92년 대선 때는 정주영 후보가 이끌던 국민당과 조선일보가 한판 싸움을 벌이더니 이번에는 이인제 후보의 국민신당과 중앙일보가 격전을 치르고 있다.중앙일보 정치부기자가 작성한 「이회창 경선전략 문제점과 개선방향」이란 제하의 보고서 파문이 법정싸움으로 비화됐다. 중앙일보는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와 김충근 대변인, 국민회의 장성민 부대변인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다. 국민신당도 홍석현 중앙일보사장과 정치부장 등을 선거법위반혐의로 고소했다.

이번 보고서파문의 실체적 진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국민신당은 「선거전략보고서」라고 주장하는 반면 중앙일보는 「내부 정보보고용」이라고 맞섰다. 국민신당은 보고서가 「대쪽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포용력 제고전략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등 권유형 문장으로 쓰여진데다 내용일부가 현실화한 점을 들어 「중앙일보=이회창 선거전략본부」라고 몰아붙였다.

중앙일보는 『취재기자가 현장에서 취합한 정보보고일 뿐이며 이회창진영에 전달했다는 주장은 근거없는 매터도이다. 정치권이 확인되지 않은 루트를 통해 흘러들어온 정보를 당리당략차원에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무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하는 언론이 정치권의 이전투구에 휘말려 들어간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한국언론은 겉으로는 「엄정중립」을 내세우면서도 「줄서기」나 「특정후보 편들기」를 통해 「권력만들기」에 골몰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터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대규모 군중을 동원한 유세가 사라진 대신 TV토론과 여론조사가 활성화하면서 「미디어크라시」가 자리잡았다. 따라서 언론의 힘은 어느때보다도 막강해졌고 이에따라 언론이 「권력만들기」에 나선다면 「권력남용」이라는 비난이 그만큼 커질 것이다.

신문윤리강령 제9조 2항에는 「사설은 실정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특정정당 또는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를 표명하는 등 언론사의 정치적 입장을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다」고 명기돼 있다. 은밀한 「권력만들기」보다는 「공개적인 지지」가 떳떳한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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