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의 전면개방에 따른 국부유출의 최소화와 국내기업의 경영권 보호가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이를 제어할 마땅한 수단도 없게 되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실사단의 감시하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시장의 메커니즘을 통해 최선의 대안을 찾는 일이다. 증시를 속히 활성화시키는 것이 그나마 국부유출과 금융혼란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대응으로 보인다.정부는 IMF와의 합의에 따라 오는 15일부터 외국인의 국내주식투자한도를 50%로 확대키로 했다. 곧 기업어음(CP)과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금융상품은 물론 회사채 등 채권시장도 개방키로 했다. 국내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한 외국인의 인수합병도 허용된다. 국내기업은 물론 금융기관에 대한 외국자본의 사냥이 본격화되는 길이 열린 것이다. 또 국제투기자금(핫머니)의 국내 채권시장에 대한 공략도 막을 길이 없게 되었다. 더욱이 IMF는 우리에게 고금리를 유지하도록 통화긴축을 강제하고 있다. 낮은 이자의 달러자본이 국내에 들어오면 10% 이상의 금리차에다 높은 환율로 인한 환차익, 낮은 주가에 따른 주가차익 등 3중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이런 조건에서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사냥(인수합병)은 외국인들에게 그야말로 「누워서 떡먹기」격이다. 그동안 국내증시가 침몰하면서 대부분의 상장주가 액면가 이하로 떨어져 상장기업의 3분의 1은 1,000만달러(약 100억원내외) 미만으로도 인수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우리 증시가 외국인들이 몰려오기 전에 정상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는다. 증시가 우리 상장사들의 내재가치는 물론 우리 경제의 잠재적 능력을 반영하는 수준으로 빨리 회복돼야 한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IMF가 이번 협상에서 미국 등 선진국의 요구를 들어 자본시장의 전면 개방을 끈질기게 요구한 것도 바로 한국경제의 중장기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 주가는 저평가상태인 것이다.
증시의 활성화는 금융긴축과 고금리정책하에서 기업이 직접금융의 숨통을 열 수 있는 유효한 방책이다. 직접금융만큼 간접금융(금융기관대출)의 여지를 줄일 수 있다. 은행이나 투신 등 기관투자가들의 막대한 주식평가손을 보전하는 지름길도 증시의 회복이다. 이는 금융기관들의 정상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외국인에 대한 투자한도확대 발표를 계기로 증시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이 정도로는 중장기적으로 외국인들에게 엄청난 투자차익만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각종 연기금 등 여유자금이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과감히 증시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일반투자자들도 우리 경제의 미래를 믿고 증시활성화에 한몫을 할 시점이다. 증시의 조속한 활성화는 국부손실을 줄이고 자금시장의 정상화에도 기여하는 길이다. 정부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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