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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물어야 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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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물어야 한다(사설)

입력
1997.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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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를 이처럼 나락에 떨어뜨린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한국정부가 체결한 국제통화기금(IMF)기본합의서는 IMF의 한국경제신탁통치합의서나 다름없다. 재정에서부터 기업구조에 이르기까지 경제정책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IMF의 지휘와 감독을 받게 된다. 경제주권의 상실이다. 앞으로 몇년동안은 4,500만명의 경제적 명운이 IMF의 손아귀에 잡히게 되는 것이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 경제정책을 주도해 온 재정경제원관료들, 경제를 이끌어온 재벌오너들, 정경유착에 혈안이 돼 온 정치인들, 과소비의 졸부 등 모두들 어디에 갔는가. 이들에게 세계 제11위의 경제를 파탄시킨데 대해 직·간접적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대통령의 책임이 제일 크다. 오늘의 경제정책파탄은 명백한 국정의 실패다. 김영삼 대통령은 대국민선서를 어겼다. 곧 탄생할 대통령당선자에게 국정을 조기이양하는 문제가 논의돼야 할 것이다.

경제파탄은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결여에 가장 큰 요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장 치명적인 것의 하나는 인사의 실패다.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이 지금까지 모두 7명이나 바뀌었다.

경제부총리를 포함, 경제각료들이 업무를 제대로 파악지 못했다. 강경식 전 부총리만 해도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숙지하지 못했다. 그는 재벌그룹의 도산사태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시장경제만을 주장하다가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다. 시장이 없고 시장경제가 먹혀들 수 없는 여건에서 시장경제를 고집했던 것이다. 그는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정책을 내세운 것이다.

재정경제원관료들의 책임 또한 적지않다. 국내외의 경제환경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를 거부했다. 재경원 특유의 권위의식, 부처이기주의 등이 작용했다. 또한 책임의식부재도 기여했다. 이들은 이번 경제위기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지 못했고 또한 동남아경제위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올바르게 읽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미국의 뜻을 몰랐다. 더욱이 이들은 이번 경제위기의 핵이었던 종금사의 잠재적인 파괴력을 전혀 인식지 못했고 사단이 벌어진 뒤에야 수습에 나섰으나 때는 늦었다. 재경원은 차제에 근본적으로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다.

재벌은 책임이 어느 누구에 못지않게 크다. 경제환경의 변화를 제일 먼저 접촉했던 재벌이 과도한 차입경영, 문어발 경영, 오너권위주의경영, 불투명한 경영 등 개발연대의 경영방식을 고집해 온데 대한 책임은 거의 무한하다 하겠다.

이제 뼈를 깎는 자기개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재벌들은 한국경제의 선도자로서의 책임과 책무를 등졌다 하겠다.이제 국민들이 세금으로 재벌들의 재건부담을 지게 됐다. 정부는 부실재벌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지워야 할 것이다. 살아 남는 재벌그룹들은 경쟁력제고, 값싸고 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로써 국민들에게 빚을 갚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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