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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사” 신화가 깨졌다/고려증권 도산­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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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사” 신화가 깨졌다/고려증권 도산­파장

입력
1997.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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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구조 열악·콜자금 중단 겹쳐/“빅뱅 서막” 전 금융권 위기 확산「금융불사」의 신화가 마침내 깨졌다. 신용을 담보로 고객의 돈을 맡아 운용하는 금융기관이 도산했다는 충격적 사태는 금융시스템의 붕괴, 신용질서의 와해를 의미한다.

고려증권 최종부도를 「금융기관은 망하지 않는다」는 낡은 금융질서가 「금융기관도 망할 수 있다」는 새로운 금융질서로 전환하는 시발점, 즉 빅뱅(대폭발)의 본격적 개막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신청이후 반신불수상태에 빠져든 현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고려증권 최종부도는 증권사 하나가 문을 닫는데 그치지 않고 금융권 전체를 공멸시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고려증권 부도는 열악한 재무구조, 사옥신축등 자금력 소모, 계열사인 고려종금의 영업정지등 회사내적 요인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근본원인은 최근 급속히 악화하는 단기자금(콜)시장 마비 때문이라는게 일반적 지적이다.

고려증권의 부도징후는 2일 다른 8개 종금사와 함께 당일 어음결제에 실패하면서부터 시작됐다. 9개 종금사 영업정지조치이후 1조원대의 콜자금이 잠긴 은행들이 종금사 및 증권사에 콜자금 공급을 완전중단했기 때문이다.

고려증권은 3일 또다시 교환어음 8백10억원을 막지 못하다가 5일 새벽이 되어서야 비로소 3개 시중은행이 콜지원을 결정, 도산위기를 넘기는듯 했다. 그러나 4일 교환분 2천1백10억원중 일부를 몇몇 시중은행이 부도처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원을 약속했던 일부 은행들도 손을 빼 결국 총 1천7백50억원을 부도내고 말았다. 금융권간 자금흐름이 완전차단된 금융시스템의 붕괴인 셈이다.

문제는 이 상황이 고려증권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정부종용에도 불구, 은행들은 언제 쓰러질지 모를 종금사에 콜자금 지원을 기피, 5일 현재 10개 종금사가 총 2조3천억원의 단기자금결제에 실패하고 있다. 법정 이자상한선인 연 25%에 호가를 내도 자금을 구할 수 없는 현 단기자금시장은 가격기능을 완전 상실, 결제위기를 전금융권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고려증권 부도는 증권업계 전체에 대대적 빅뱅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34개 증권사들은 주가하락에 따른 상품주식평가손과 지급보증 대지급누적 등으로 96회계연도에 6천6백44억원, 올 반기결산기에 3천4백2억원의 순손실을 내 1년반 동안의 적자폭이 1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같은 경영악화속에 콜자금조달 마저 중단됨에 따라 현재 증권가에는 「제2의 고려증권」후보리스트까지 거명되고 있다.

또 고려증권이 지급보증을 선 미상환 회사채가 4천2백58억원에 달해 해당기업들의 추가자금경색도 우려된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예금인출사태다. 한 증권사 임원은 『금융기관도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다는 인식확산으로 증권사예탁금은 물론 종금 은행도 예금인출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무리 우량금융기관이라 해도 예금인출을 당해낼 수는 없으며, 그 결과 예금인출→금융기관 기업여신회수→기업도산→금융기관도산이란 최악의 수순을 피하기가 힘들게 된다. 「3년간 원리금보장」이란 예금자 보호장치에도 불구, 금융기관도 고객도 이를 믿지 않고 있다.

고려증권 최종부도는 「자연영업정지」란 점에서 도산예방적 차원에서 취해진 9개 종금사 영업정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정부도 더 이상 금융기관부도를 막을 능력이 없음이 입증됐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로선 금융기관간 불신, 고객의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부터 해소하는 것 외에는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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