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결과 번번이 퇴짜 백악관통해 청와대 압박/임 부총리 대선후보승인 요구에 회담깰까 생각/우리정부 11월초 ‘한국 IMF로 몰기’음모 눈치채지난 3일 방한했던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는 IMF 합의안을 우리 정부가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확약을 받기 위해 김영삼 대통령 대신 3당 대통령후보를 직접 만나려고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극비 방한했던 미국의 데이빗 립튼 재무부차관보는 미국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려는듯 IMF실무협상팀의 협상결과에 번번이 「퇴짜」를 놓는 등 마치 「감독관」처럼 IMF협상팀을 배후조정하며 사실상 협상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함께 우리 정부는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의 재임시였던 지난 11월초께 「일부 서방국가들이 사전계획에 따라 한국을 IMF 구제금융에 밀어넣으려고 한다」고 판단, 이른바 「국제음모」에 대항하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려고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4일 『지난달 29일 방한한 립튼 차관보가 IMF실무협의단을 현장에서 지휘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립튼이 당초 IMF협의단이 투숙한 힐튼호텔에 함께 묵으려고 했으나 우리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그를 간신히 설득해 인근 하얏트호텔로 숙소를 옮기도록 했다고 전했다.
IMF실무협의단을 이끌었던 나이스 단장은 회담 도중에 간간이 자리를 비우고 립튼과 만나 보다 강도높은 요구사항을 받아와서 난처한 표정을 짓곤 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이 간부는 말했다.
재경원 관계자는 또 지난 3일 귀국한 캉드쉬 총재는 당초 도착직후 휴식을 취한 뒤에 임창렬 경제부총리와 정부세종로청사에서 곧바로 합의문에 서명할 계획이었으나 립튼 차관보와의 전화통화를 한 뒤에 대통령후보의 각서,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 50%로의 확대 등 새로운 요구조건을 내걸었다고 털어놨다.
재경원내에서는 임부총리가 캉드쉬 총재의 3당후보 승인요구를 치욕적이라고 판단하고 한때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까도 생각했지만 대외채무불이행 선언(모라토리움)보다는 치욕을 참고라도 IMF지원을 받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서 회담을 진전시켰다는 말도 새나오고 있다.
또 정부 일각에서는 립튼 차관보가 IMF측의 막판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 않는 우리 정부대표단의 기를 꺾기 위해 미국 백악관을 동원해 청와대를 압박하는 바람에 더욱 협상이 꼬였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경제전문통신사인 브룸버그가 「한국의 IMF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던 지난 11월께 주요 관계자들이 회의를 갖고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한국을 겨냥한 엄청난 국제적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한국을 길들이기 위해 미국 정부와 언론 등이 마치 입을 맞춘듯 한국이 IMF로 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립튼 재무부차관보가 한국이 IMF와 협상을 벌이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김경철 기자>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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