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마음만 먹으면 헐값인수 막을길없어/상호지분·자사주매입 등 자금·두뇌싸움 예고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과 함께 「경영권 방어」가 재계의 최대 현안중 하나로 부각했다. 재계는 IMF의 정책권고를 통해 밝혀진 외국인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허용에 대해 『본격적인 기업사냥시대를 맞게 됐다』며 한국기업 경영구조의 대개편을 예상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현 M&A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안마련에 나서고 있다.
재계는 특히 자금마련이 극도로 힘들어 대응이 어려운데다 주가가 바닥인 상황이어서 외국인이 마음만 먹는다면 아주 헐값에 기업을 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외국인에게 지분 50% 참여를 허용할 경우 우량주식의 주가는 상승하겠지만 시세차익과 배당금을 통한 국부의 유출 및 자본시장의 안정성이 낮아지는 등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가장 큰 것은 경영권의 위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영권 보호막이 완전히 없어졌다』며 『그동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달러값이 크게 올라있고 상대적으로 주가는 폭락한 상황이어서 외국자본이 국내에 들어와 기업을 인수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최근 코카콜라가 영업권을 넘겨 받았고 P&G사가 쌍용제지를 인수한 것 등으로 미루어 한국기업에 대한 외국기업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연초 홍콩의 페레그린 증권이 신동방 및 성원과 함께 미도파를 사냥하겠다고 나서기도 했었다. 특히 한국시장의 지배나 외국시장에서의 경쟁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한국기업의 지분 및 경영권 확보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국내 자동차업계다. 특히 기아자동차의 경우 17%가량의 지분을 갖고있는 미국 포드가 상황에 따라서는 지분확보를 추진할 수 있고 아시아자동차의 경영권도 외국인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자동차에 대해서는 미국의 GM과 스웨덴의 스카니야가 공식적으로 경영참여 의사를 밝혀 외국자본에 대한 완전한 M&A허용조치 이후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 자동차시장에 유독 관심을 보이고 있는 미국 자동차업계의 움직임으로 미루어 각사들이 이번 조치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따라서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상호지분을 교환보유하는 방안 등 대책을 마련중이다. 기업들이 계획하고 있는 경영권 방어책은 우호적인 기업과 기관투자가를 이용한 상호지분 보유 이외에 ▲자사주매입 ▲자사주 펀드 활용 ▲우리사주조합 활성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 사채(BW) 발행 등이다.
기업들은 그러나 외국기업이 마음먹고 나선다면 어떤 대응책도 무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국내에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은행도 물론이다. 우리나라는 또 중국 등지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외국인에게는 매력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외국영화나 소설에서 보았던 기업경영권 확보를 위한 치열한 자금 및 두뇌 싸움이 마침내 우리에게도 현실화했고, 재계가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되고 있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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