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경제체제의 진입과 함께 우리사회가 당면하게 될 가장 큰 현안은 대량실업문제이다. 이대로 갈 경우 대량실업사태는 불문가지이다. 어떻게 하면 실업을 최소화시키고, 불가피한 실업은 어떻게 사회적으로 수용할 것인가는 이제 단순한 과제가 아니다. 당장 구체적 프로그램이 시급한 일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노동계, 사용자,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기업의 대량해고방지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상호 공감대를 도출하고 그 토대위에서 고용안정의 프로그램을 시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IMF와의 양해각서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3%선으로 억제하고 노동시장에서의 유연성제고를 위한 다양한 제도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또 대기업과 각종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몰아붙이고 있다. 모두 노동자의 실직과 연결되는 조건이고 주문들이다. 이같은 여건들을 종합할 때 내년중 실업자수는 올해 45만명선에서 2배 정도인 80만∼90만명 선에 이르며 잠재실업자까지 합하면 족히 100만명선을 넘을 것이라는게 전문기관의 공통된 전망이다.
고용안정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반면에 기업은 초긴축과 전면개방이라는 새로운 경제틀 안에서 자금난과 수익성의 악화, 구조조정의 강제라는 사면초가 상태다. 기업으로선 생존의 방법으로 대량감원을 회피할 수도 없다.
그런점에서 최근 일부 대기업이 보여준 고용안정방안은 매우 시사적이다. 대우그룹의 경우 감원 대신 임원과 간부사원들의 임금을 15∼10% 삭감하는 방식을 택했다. 중견 제조업체인 한국프랜지의 노사공생방안은 더욱 적극적이다. 한국프랜지는 순환식휴무제를 통해 당초 직원 1,000여명중 30%를 감원하려던 계획을 물리치고 고용안정을 찾았다. 이는 과거 독일의 자동차회사인 폴크스바겐에서 시행했던 이른바 잡 셰어링(job sharing)제를 원용한 것이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면 방법은 없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런 분위기가 퍼지면서 대규모 조직감축이나 감원 계획을 세웠던 대기업에서도 대량감원만은 절제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고용안정을 위해선 노동자의 자세도 보다 신축적일 필요가 있다. 국가경제가 전반적으로 심각한데다 기업의 경영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입장만을 고집할 상황이 아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비상 실업대책을 세워야 한다. 일천하고 취약한 실업보험만으로는 불가피한 최소한의 실업자들도 감당할 수 없다. 폐업이나 감원 대신 일시휴업하는 기업에 대한 휴업수당지원금이나 근로시간단축으로 해고를 회피한 기업에 지원하는 근로시간단축지원금 등을 대폭 증액하는 등 긴급처방을 강구해야 한다.
노사정은 이런 방안들을 놓고 허심탄회한 합의를 이뤄내는 일이 필요하다. 그 합의 정신위에서 IMF체제하의 경제난국을 이겨내는 노사혁명을 이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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