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소리치던 경제관료 어디갔나”/정치권재벌 정신 제대로 차려야/“무슨 염치로 고통분담 요구” 분통『책임 없이는 해법도 없다』
국가부도사태를 초래한 정부와 정치권, 경제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연일 치솟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긴급자금지원 협상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며 참담한 굴욕감을 맛보아야 했던 국민들은 『우리 모두 허리띠를 졸라맵시다』라는 책임당사자들의 한결같은 구호에 더욱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국민들은 『희생을 요구하려면 당사자부터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파산경제의 책임소재부터 가려 엄중 문책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회사원 김우철(29·서울 강남구 일원동)씨는 『국가경제를 이 지경으로 내 몬 당사자들이 무슨 염치로 국민들에게만 고통 감내를 요구할 수 있는가』라며 『잘못을 인정, 책임지지 않고서는 국민적 동의를 얻어낼 만한 해법을 끌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주부 정순례(38·경기 고양시 성사동)씨는 『정부에서 요구하지 않더라도 이미 일반가정은 피부로 고통을 느낀지 오래』라며 『막연한 「고통 분담」같은 책임전가식, 또는 「물귀신」식의 구호만으로는 절대로 일반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 김영일(22·서울대 경영대4)씨는 『언제나 국민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살을 찌워온 재벌과 부유층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들』이라며 『아무 책임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정치인들과 무지한 낙관론으로 일관한 경제관료들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물으라』고 요구했다.
서울대 김수행(경제학) 교수는 『이번 사태는 우리 정부와 경제관료들이 「우물안 개구리」였음을 여실히 입증한 사례』라며 『선진국은 한국경제를 요리할 프로그램을 갖추고 그 시기만 노리고 있었는데도 우리 정부는 아무런 대비책도 없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 등이나 추진했다』고 정부의 단견을 질타했다.
이날 PC통신에도 「시일야방성대곡」 「신을사보호조약」 「조기」 「식민지 백성」 등 온갖 극한적 용어를 동원, 현실을 통탄하고 책임자의 문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하루종일 넘쳐났다.
하이텔의 박경한(ID fifi)씨는 『경술국치때는 열사·의사도 많았는데 어떻게 이번에는 책임지는 공무원이 하나도 없느냐』고 반문했으며 이성곤(ID liskon)씨는 「흑묘백묘론」을 빗대 『외국 돈이면 어떻고 우리나라 돈이면 어떤가, 국민이 살든 죽든 무슨 상관인가』라며 IMF합의내용과 경제관료들을 싸잡아 비난했다.<최윤필·김정곤 기자>최윤필·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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