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유입 순기능 있지만 핫머니인한 ‘교란’ 불보듯/선물시장 조기운용 등 환율안정대책 강구해야싫으나 좋으나 이제 중요한 경제정책이 IMF의 감독하에 놓이게 되었다. 우리정부는 한은보유의 외환잔고가 거의 바닥이 난 가운데 결국 IMF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이 당장 받아들이기 벅찬 요구가 많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단기 자금시장의 개방요구는 향후 한국 금융시장의 장기적인 발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종금사에 영업중지 조치가 내려지고 그동안 종금사들이 담당해왔던 외환업무의 어음할인업무가 중지되면서 한국의 단기 자금시장은 극심한 혼돈과 공백상황을 맞고 있다. 3개월짜리 기업어음 할인율이 연리 20%를 오르내리는 극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또 건실한 기업들조차 중·장기 자금조달이 거의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수출환어음의 할인과 같은 단기 자금의 융통조차 여의치 않은 유동성 고갈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와같은 혼돈 속에서 단기 자금시장의 개방이 몇가지 순기능을 가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우선 현재의 단기 금리수준을 고려하건대 단기자금시장 개방이 해외자금의 유입을 촉진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IMF의 관점에서 볼 때 단기 외화자금의 유입이 증가하면 한국에 대한 중장기 직접 금융의 부담이 경감될 수 있다. 한편 국내기업의 관점에서 볼 때 단기 해외자금의 유입은 경색된 자금시장의 숨통을 열어줄 것이다.
이러한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단기 자금시장의 개방은 중대한 역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이 역기능을 어떻게 소화하는가가 장래 한국 금융시장의 정상화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가장 심각한 역기능은 투기성 단기자금(핫머니)의 빈번한 출입으로 인해 외환 및 자금시장의 등락이 증폭될 가능성이다. 또 단기 자금시장이 외국자본의 지배하에 놓이게 될 가능성을 들 수 있다. 이는 외국은행의 국내은행 인수와 맞물려서 상당히 실현성이 높을 것으로 여겨진다.
핫머니의 부작용을 막는 방법으로 두가지의 상반된 처방이 있다. 하나는 극단적인 고정환율제도로서 통화감독기구(Currency Board)를 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전례에서 확인되었듯이 이 방책은 실패 가능성이 높으며 더욱이 현재와 같은 외환보유고 상태에서는 어림도 없는 노릇이다. 다른 하나는 현재와 같은 변동환율을 유지하되 환율의 변동수위를 낮추기 위한 추가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외환 선물시장을 계획보다 앞당겨 운용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선물환시장이 확립되면 수출입과 관련된 외화 실수요 및 공급자를 부분적으로나마 보호함과 동시에 비투기성 뇌동구매를 자제케 함으로써 환율의 등락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외국자본의 국내 단기자금시장 지배가능성은 보다 포괄적인 문제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금융제도개혁의 방향이 유동적인데다가 단기 자금시장에 참여하게 될 외국자본이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 금융기관의 절대적 열세를 보강할 수 있는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이러한 조치는 외국 투자가나 IMF의 관점에서 불공정한 규제조치로 받아들여져서는 곤란하다. 그러면 어떠한 조치가 가능할 것인가.
가능한 조치로서 단기 자금시장 참여자의 거래행태와 영업상황의 절대적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 있겠다. 이러한 조치가 평상시의 한국 자금시장에 적용되었더라면 거래관행에 어긋나는 교란요인이 되었겠으나 이제는 어차피 말라붙은 자금시장을 다시 일으킨다는 각오로 시작할 만한 일이라고 하겠다. 단지 비리와 모순을 제거하고 방지하는데 목표를 둔 투명성이 아니라 제대로 하는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한 투명성이다.
예를 들면 외국계 은행이 어떤 과정으로 신용을 평가하고 어떠한 거래 네트워크를 통해 얼마만큼의 가격(할인율)을 적용하는 지를 환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끔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누구나가 활용할 수 있게 널리 알려야 한다. 이러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실시된다면 한국 금융시장 구조적 모순의 개선은 가속이 붙을 것이다.<경제학>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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