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까지 갤러리사비나제주에서 고교를 마친 판화작가 강승희(37·추계예술대 미술학부 교수)씨에게 서울의 풍경은 이채로웠다. 도시풍경은 처음 보는 이에겐 뭔가 매력으로 다가선다. 하지만 매력은 잠시, 그는 그 틈새를 헤치고 상상력을 퍼올린다.
강승희씨가 발견한 것은 모든 것을 감추어 버리는 어둠과 그 어둠을 헤집고 나오는 어슴프레한 도시의 새벽풍경이다. 『도시풍경에서 찾기 어려운 공감과 여백을 새벽에서 찾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울의 새벽을 연작으로 발표해온 강승희씨가 「서울의 풍경」전으로 다시 관객을 찾아왔다. 16일까지 갤러리사비나(02―736―4371).
서울정도 600년이었던 94년 서울의 이미지를 꼭 한 번 남겨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작업이다. 덕수궁 한강 광화문은 새벽이라는 시간적 공간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코트 자락에 숨겨온 겨울바람처럼 스산하고 아련하다.
이 매력의 실체는 동판화의 아쿠아틴트(아쿠아는 「물」, 틴트는 「색조」를 의미한다)기법에서 비롯된다. 동판화의 일반적인 기법은 동판에 날카로운 흠을 내고 이곳에 부식액을 넣는 것이다. 아쿠아틴트법은 모양을 만든 동판위에 송진가루를 뿌려 점점이 부식되도록 한다. 그의 판화에서 느껴지는 수채화 같은 느낌은 바로 일반적 동판화 기법인 메조틴트와 아쿠아틴트 기법의 배합에서 얻어진다.
이전 작업이 잘 찍은 흑백사진 같았다면 근작은 거기에 수묵의 맛을 더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 안에 사람은 없다. 오직 풍경만이 존재한다. 오히려 인간의 부재는 인간의 체취가 얼마나 살가운가 하는 점을 반어적으로 보여준다.
87년 홍익대 서양화과, 90년 같은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10년째 서울풍경을 주제로 한 동판화만을 고집하고 있다. 90년 판화로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을 차지했고, 91년 와카야마비엔날레 2등상 수상 등으로 주목받는 판화작가이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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