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한국이 고통스럽겠지만 몇년뒤엔 훌륭했다 평가받을 것”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이 합의된 3일 청와대의 분위기는 하루종일 무거웠다. 요즘 경제난과 관련한 대통령의 심기를 묻는 질문에는 극력 답변을 피하고 있는 청와대로서는 아예 묵묵무답할 수 밖에 없는 하루였다. 김대통령의 어떤 발언이나 태도도 국민들을 진정시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상오 이뤄진 김영삼 대통령과 미셀 캉드쉬 총재IMF총재와의 면담은 청와대를 더욱 착잡하게 만들었다. 회동은 당초 IMF 자금지원합의서 조인식이 끝난 뒤 「예방」형식으로 준비됐다.
그러나 실무협상이 지연되는데도 의전상 일정을 늦출 수가 없어 예정대로 진행되는 바람에 마치 확대협상회의처럼 성격이 바뀌었다.
김대통령은 캉드쉬 총재에게 『금융시장이 매우 긴급한 상황』이라며 『대통령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으니 빨리 협상을 마무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캉드쉬 총재는 『3년전 처음 뵈었는데 하나도 늙지 않은 것 같다』고 인사말을 한 뒤 『2시간내로 협상이 끝날 것이며 그후 일정도 IMF역사상 가장 빠르게 이틀내로 처리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한국이 지금은 고통스럽겠지만 몇년 뒤에는 반드시 튼튼한 경제가 될 것』이라며 『내가 그때 다시 한국에 오면 김대통령이 지금 한 일이 얼마나 훌륭한 일이었는지 평가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무회의를 무산시킬 정도로 위세를 과시했던 캉드쉬 총재는 『(IMF 입장을)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위로까지 했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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