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보 통해 기업통제권 장악/‘돈장사’로 투자이익까지 챙길듯미국 일본의 막후조정으로 이뤄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협약이 시행될 경우 한국경제는 IMF가 아닌 미국과 일본의 통제권안에 구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한국의 급박한 외화부족사태를 빌미로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신 그동안 통제권을 벗어나 성장한 한국경제에 고삐를 채우겠다는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 고위관료가 한국에 급파돼 협상과정에 개입하는가 하면 클린턴 미 대통령도 1일 『한국이 IMF가 제시하는 조건을 확실히 이행한다면 미국도 도와줄 수 있다』는 「엄호사격」까지 하고 나서는 것도 미국이 이번 협상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지를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본·금융시장 조기개방 압력은 미국이 인도네시아를 지원할 때에도 관철시켰던 것이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재벌의 사실상 해체라는 또다른 요구조건을 내세웠다. 이는 인도네시아에 대해서보다 더욱 확실한 견제수단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의 철강 반도체업계는 IMF의 자금지원이 임박해오자 한국에 대한 금융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해 한국 대기업의 향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반증했다.
금융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미국이 IMF와 우리의 협상배후에서 국내 자본·금융시장의 대폭적인 조기개방을 강력히 요구, 관철시킨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IMF 즉 미국의 요구대로 외국 금융기관의 현지법인·합작법인 설립 등 자본·금융시장을 전면 조기개방, 외국인의 국내 은행 소유를 허용할 경우 한국 기업들은 외국인들에게 투자·경영정보를 모두 제공해야한다. 다시말해 외국자본가들은 국내 유수기업들이 제출한 사업계획서, 연결재무제표 등을 통해 기업정보를 낱낱이 받아볼 수 있게된다. 한국 기업들의 「전략」과 「전술」은 물론 「전력(자금력)」까지도 손쉽게 꿰뚫어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기업에 대한 주식투자한도가 55%로 확대됨에 따라 외국자본가가 은행 및 기업의 대주주로 등장할 경우 대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에 제동을 걸어 자국 기업의 경쟁상대인 한국 대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게된다.
이에따라 미국은 우리 정부가 앞으로 IMF측에 제공할 경제성장률 통화량 등 거시지표와 함께 기업 내부정보까지 속속들이 점검, 막강한 통제권을 갖게될 것이란 지적이다.
IMF는 특히 한국 재벌의 폐해를 들어 대기업의 상호지급보증을 문제삼으면서 벌써부터 구체적인 견제력 발동에 들어갔다. 미국 일본 등은 그동안 『한국 대기업들은 정부의 묵시적인 비호아래 무한정 자본을 끌어들여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에서 과잉투자함으로써 자국의 경쟁업계를 위협해왔다』는 불만을 토로해온 터라 앞으로 한국 대기업에 대한 막강한 통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은 또 금융을 통한 한국 기업에 대한 통제력 행사 이외에도 주식투자한도 확대, 단기채권시장 조기개방, 업무영역 차별해소 등을 통해 금리가 높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유롭게 「돈장사」까지 할 수 있게돼 실질적인 투자이익도 거둬갈 수 있게됐다. 단기채권시장을 개방할 경우 핫머니의 유출입이 극심해 외환시장에 혼란이 커질 것이란 우리 정부의 설명은 먹혀들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은 금융·자본시장 개방과 별도로 수입제한승인제도 수입선다변화제도의 조기철폐를 통해 한국의 안방시장에 무차별적 공략에 나설 수 있게됐다. 일본은 일찌감치 이번 IMF협상에 앞서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수입선다변화제도 철폐를 내세웠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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