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9개 종금에 잠긴돈 수천억원/앞다툰 여신회수로 재벌들도 ‘부도직전’9개 종금사에 대한 영업정지조치로 금융시장이 심각한 쇼크를 받고 있다.
금융권을 회전하던 자금흐름이 9개 종금사에서 끊어지면서 콜시장은 마비상태로 빠져들었다. 이에 따라 콜자금으로 연명하던 다른 종금사들도 자금수혈이 막히면서 기업들을 상대로 집중적 여신회수에 착수, 대기업들을 도산직전으로 몰아가고 있다.
◆마비된 콜시장: 9개 종금사 영업정지조치는 콜시장의 자금흐름을 끊어놓았다. 하루짜리 대출이 주종인 콜시장에서 9개 종금사가 영업정지조치를 받아 한달이상 채권회수가 동결됨에 따라 이들에 콜자금을 빌려줬던 은행 및 일부종금사들은 그만큼 자금이 잠기게 됐다. 회전되지 못하고 9개 종금사에 잠긴 콜규모는 수천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은행관계자는 『하루씩 회전하는 콜자금을 일반예금과 동일시해 장기간 동결시킨 정부조치는 시장을 모르는, 즉흥적이고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라며 『신용관리기금에서 일반예금 대지급을 하기전에 금융기관간 콜자금은 먼저 풀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르는게 값인 콜자금: 9개 종금사외에도 자금난이 심각한 종금사는 많다.
은행들은 9개 종금사에 콜대출시 어음(자발어음)을 확보해놓았기 때문에 원리금을 전액 보호받을 수 있지만 일부 종금사들은 어음을 받지않아 원리금 회수도 유동적이다. 따라서 「9개 이외에 앞으로 영업정지가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속에 은행 및 사정이 좋은 종금사들은 더이상 자금부족 종금사에 콜자금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
2일 모종금사는 1조원이상의 자금부족사태가 발생, 부도위기에 몰렸다가 자정이 넘어서야 겨우 결제할 수 있었다. 3일에도 돈을 구하지 못한 일부종금사들은 연 18∼19%에 콜머니를 신청하기도 했다.
◆은행과 종금사의 자금양극화: 종금사들의 자금경색과는 달리 은행들은 돈이 남아 돈다. 은행권에는 11월 하반월 지급준비금이 8조원이상 여유를 보일 만큼 유동성이 풍부해 한국은행은 2일 환매채(RP)발행 등을 통해 1조500억원을 흡수한데 이어 3일에도 5,000억원을 회수했다.
한쪽에는 돈이 남아 돌고 다른 한쪽에는 돈이 모자라는, 심각한 자금흐름의 왜곡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재개된 종금사의 여신회수: 자금위기를 맞고 있는 종금사들은 「전가의 보도」처럼 대기업을 상대로 여신회수에 나섰다. 한라그룹이 부도위기를 맞은 것도 종금사들이 2,000억원 규모(영업정지대상 9개 종금사가 250억원)의 어음을 만기도 되기전에 돌렸기 때문이다. 종금사들의 「생존을 위한 기업사냥」은 좀처럼 멈출 것 같지 않아 기업들의 연쇄도산행진 재연이 우려된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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