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상오 김포공항에 도착한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에 대한 국민들의 느낌은 「식민지적 굴욕감」이다. 프랑스인인 그가 이날 하루동안 보여준 일거수 일투족은 프랑스가 19세기말 아프리카를 횡단하며 식민지를 개척하던 시절의 식민지총독을 연상케하기에 충분했다.캉드쉬 총재는 김포공항에서 힐튼호텔로 직행, 여장을 푼뒤 상오 10시께 정부 제1청사에서 임창렬 경제부총리를 만나 「항복문서」나 다름없는 우리측의 이행각서를 받기로 했으나 이마저 거부했다.
그는 특히 점령군의 사령관이라도 된 듯 IMF지원 조건으로 대통령과 대선후보들의 각서를 요구하고 나서 우리측을 무척 곤혹스럽게 했고, 이때문에 하오 2시로 예정된 합의문발표가 지연됐다.
캉드쉬 총재는 이날 임부총리와 점심을 함께 할 예정이었으나, 예정된 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우리측 관계자들이 한동안 점심을 「연기」해야 했던 것은 각서요구에 비교하면 자존심 손상이 그래도 덜한 편이다.
캉드쉬 총재가 방한하기 이전에도 IMF측의 태도변화로 대통령 주재 국무위원-비상경제대책자문위원 연석회의가 10분만에 끝나는 해프닝이 연출되고, 임부총리가 격이 훨씬 낮은 IMF본부의 아시아태평양국 국장과 직접협상을 벌이는 등 우리가 「을」의 입장으로 전락한 지는 이미 오래다.
그러나 자존심과 굴욕감을 논하기에는 우리의 처지가 너무 초라하고 여유가 없다. 국가파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IMF의 지원외에는 현실적으로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숱한 굴욕감을 「완벽한 회생」으로 되갚기 위한 분노의 출발이 없이는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 이제는 굴욕감을 잠시 잊고 「I AM F(F학점)」에서 벗어나 「I AM FIGHTING」에 사활에 걸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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