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에 맞춰 지출 정해 절약생활 ‘나침반’ 활용/영수증 함께 보관하고 집안 대소사 기록하면 좋아결혼 7년째인 안승분(32·서울 성북구 방학동)씨는 지난해에 비해 수입은 늘지 않았는데 경조사비는 늘어 가계부에 빨간 글씨가 많아져 걱정이다. 결혼후 매년 써온 가계부이지만 올해처럼 빠듯한 적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매달 예산을 세웠다가 결산을 해 계산이 별로 틀린 것 없이 맞으면 괜히 기분이 좋고 돈을 번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우체국 직원인 남편의 뻔한 월급에도 결혼 4년만인 94년 27평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도 안씨는 가계부 덕분이라고 여긴다.
어려워진 국가 경제의 여파로 가계에 주름살이 지면서 절약 방안의 하나로 가계부에 주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료로 가계부를 나누어주는 저축추진중앙위원회 생활경제부 손양호씨는 『예년보다 주부들의 문의가 많다』며 『쓰기 귀찮아서 가계부를 가까이 하지 않던 주부들도 불황이 지속되면서 가계부를 주목하는 것같다』고 말한다.
가계부를 오래 써 온 주부들은 『주먹구구식으로 대충 생활비를 추산하다가 가계부를 쓰면 어디에 어느 정도 들어가는 지 알게 돼 계획적인 지출을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대 이기춘(소비자학과) 교수는 『지출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남기므로 자기 절제뿐 아니라 가족들의 소비를 줄이는 설득 자료로 도 유용하다』고 말한다.
가계부는 가정사의 기록으로도 가치가 있다. 결혼 24년간 가계부를 써온 이분란(43·대구 달성군 가창면)씨는 『장난감 군것질 신발구입비 등 아이들에게 드는 비용을 쓰면서 성장과정을 기록하고 집안 대소사를 적을 수 있어 가정의 작은 역사가 된다』고 일러준다.
저축추진중앙위원회가 연 가계부 기록체험담 공모에서 올해 최우수상을 탄 전경숙(42·경기 광명시 하안동)씨는 가계부를 잘 쓰려면 우선 수입에 맞춰서 지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전씨는 한달에 예산을 두번 세운다. 월초에는 주식 부식 교육 경조사비 등 큰 항목으로 들어갈 예산을 세운뒤 남편의 월급날이 되면 쌀 몇 ㎏, 요구르트 얼마 등 아주 자세하게 예산을 다시 세운다.
두번째는 장볼때 미리 구입 품목의 종류와 가격을 적어가고 영수증을 꼭 받는다. 영수증에 구입 품목이 자세히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옆에 「식용유, 음료수, 과자」 등 자세히 적어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시간이 지나면 무엇을 샀는지 기억이 안나 가계부 쓰기를 포기하는 주부들도 많으므로 구입후 바로 품목을 적으라』고 충고한다. 세금 영수증을 모아두는 것도 필수적.
세번째 원칙은 예산을 세울때 지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한정된 예산으로 가계를 꾸려야 하므로 가장 우선적으로 지출해야 할 곳에 돈을 써야 하기때문이다. 전씨는 저축 보험 교육비 세금 등의 순으로 지출 순위를 매긴다. 이분란씨의 경우 『충동구매를 않기 위해 장볼때 아예 예산 이상의 돈을 가지고 가지 않는다』고 한다.
◎가계부를 써보니/사교육비·경조사비 등 부담스러워
가계부를 쓰는 주부들이 가장 많이 지출하는 내역은 역시 교육비. 이중에도 사교육비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소연(7) 소영(5) 자매를 두고 있는 안승분(32)씨는 매달 유치원비 피아노학원비 학습지비로 25만원을 지출한다. 한달 지출의 25%가 넘는 금액이다. 안씨는 『친구들이 다 가는데 안보낼 수 없어 교육비는 줄일 수가 없다』고 털어놓는다. 가계부를 8년째 쓰는 김경희(32·경남 김해)씨도 여덟살 여섯살 남매의 사교육비가 한달 지출의 40%나 된다.
자녀가 크면 교육비는 더 는다. 조원숙(46·대구 서구 비산동)씨는 대학생 둘, 중학생 둘인 사남매의 교육비로 매월 지출의 40∼50%를 지출한다. 과외를 따로 시키지 않아도 대학생 둘의 등록금에 영어회화학원비, 중학생의 학원비에만도 한달 평균 50만∼60만원의 돈이 나가는 것. 조씨는 『과외라도 시키자고 한다면 그 부담이 어느 정도 될 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경조사비도 많이 들어가는 항목. 집안 행사에 들어가는 돈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결혼축의금도 만만치않은 부담이 된다. 평균 한달 지출의 5%정도가 경조사비로 나가는 김경희씨네의 경우는 적은편. 대개 10%내외의 돈이 경조사비로 지출된다. 전경숙(42)씨는 『식비 세금 병원비는 줄일 수 없지만 경조사비는 줄일 수도 있는데 우리 생활풍습과 문화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가계부를 잘 쓰는 주부일수록 외식을 하지 않는 알뜰파가 대부분. 한달 지출의 2∼3%를 외식비로 쓴다는 김경희씨는 『아무래도 덜 긴요한 외식비 옷값에는 지출을 덜 하게 된다』고 말한다.<노향란 기자>노향란>
◎가계부 선택 이렇게/처음 쓰기시작할땐 수입·지출만 기록하는 단순한것 골라야
가계부 기록 경력 9년째인 전득선(44·농업·경남 양산시 상북면 대석리)씨. 금전출납부로 시작, 농협과 농촌지도소 등에서 만든 가계부를 두루 이용해본 그는 농촌생활연구소에서 나온 가계부를 가장 좋아한다. 『농산물 소득을 별도로 계산하도록 되어있으며 흔히 주·부식으로 구분하는 음식물비 지출칸도 「자가생산물 사용분」과 「구입물품」으로 구분하도록 되어있어 농부들이 사용하기 가장 편리하다』고 전씨는 강조한다.
가계부를 쓴 지 7년째인 이점숙(34·주부·대구시 수성구 신매동 한라아파트 209동)씨는 저축추진중앙위원회가 만든 가계부를 가장 좋아한다. 『간단한 메모를 할 수 있게 공간의 여유가 많은 점과 지출항목이 자세하되 칸만 나뉘어져 있어 스스로 세목을 정하게 한 것』이 좋다고 한다. 『메모공간에 집안의 대소사와 중요한 일, 관련 지출내용을 간단히 적어놓으면 그 다음해 집안잔치에 무슨 음식을 해먹을까 아이디어도 얻게 된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
두사람의 생각이 다른 것처럼 어떤 가계부가 좋은가도 쓰는 사람 처지에 따라서 달라진다.
저축추진중앙위원회 가계부 기록체험담 공모 수상자이기도 한 전, 이씨가 말하는 공통점은 『처음 시작할때는 단순히 수입 지출만 기록하는 간단한 것이 낫다』는 사실. 가계부 쓰기가 오래 되면 상세한 항목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이 좋다. 특히 한 주일과 한달의 결산을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만들어주는 가계부가 좋다고 한다. 월간지 부록으로 나눠주는 가계부는 숙련자일수록 꺼리는데 『수입·지출 항목은 상세하지 않은 반면 살림의 지혜라는 이름으로 잡다한 내용이 많이 들어있어서 산만하기만 하다』고 평한다. 주부들의 경우 일기를 따로 쓰는 것이 아니어서 지난해 일상사의 기록이 올해 살림살이 예산을 짜는데 요긴하기 때문에 메모공간의 수요가 높다. 이때문에 매일 메모난을 두고 있는 저축추진중앙위원회 가계부는 주당 1칸씩 「생활의 지혜」를 싣던 공간도 점차 메모용 공란으로 비우는 추세이다.
가계부는 금융권의 주문을 받아 저축추진중앙위원회에서 제작한 것을 시중의 금융기관에서 무료로 배포한다. 올해 200만부를 만들었는데 전국의 금융기관 점포에 깔리다보니 주로 단골고객의 몫이 된다. 저축추진중앙위원회에서 별도로 10만부를 만들어 전국 기관을 통해 가계부 교육용으로 무료 배포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어머니회나 복지관을 통해 30인 이상의 주부모임에서 교육을 요청하면 가계부쓰기와 금융상품 선택에 대한 강의도 하고 무료로 가계부도 나눠주는데 『매년 양이 모자랄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이 위원회 생활경제부 손양호씨는 들려준다. 농협과 축협 등에서도 자체 제작한 가계부를 무료 배포한다.<서화숙 기자>서화숙>
◎어린이들에겐 용돈 기입장 쓰게해 보세요
어린이들도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수업시간에 용돈쓰기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이때 함께 나눠주는 것이 「용돈기입장」. 용돈 씀씀이를 기록하게 만든 어린이용 가계부이다.
저축추진중앙위원회가 무료로 나눠주는 이 용돈 기입장은 다른 학년도 저축추진중앙위원회에 요청하면 보내준다. 올해 발행량은 80만부이다. 어린이 용돈 씀씀이를 다루는 것인만큼 항목이 단순한 것이 용돈기입장의 특징. 매일 기록하도록 하지않고 금전적인 변동이 있는 것만 쓰도록 되어있다.
한달에 한번씩 씀씀이가 올바로 되었는지 검토하도록 되어있는데 이 점검 역시 단순한 것이 특징. 수입면에서는 △지난 달에서 넘어온 금액 △이번 달 용돈 △집안일 등 일손돕기 △기타 등으로 항목을 나누고 지출면에서는 △저축 △학용품비 △간식비(군것질) △취미·오락비(장난감 구입) △기타 등으로 구분해서 「예산 결산서의 금액차이를 비교해서 원인을 알아보도록」 만들어놓았다.
저축추진중앙위원회 기획조사부 홍성만씨는 『용돈기입장을 쓰기에 앞서 부모가 수입 지출의 의미와 저축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어린이들에게는 내역을 일일이 적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므로 스스로의 씀씀이를 돌아보는 범위 안에서 간단히 기재하는 방식이 좋다』고 들려준다.<서화숙 기자>서화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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