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수술대에 오른 한국경제/김윤환 경실련 공동대표(아침을 열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수술대에 오른 한국경제/김윤환 경실련 공동대표(아침을 열며)

입력
1997.12.04 00:00
0 0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금융·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미국주도의 IMF구제금융을 끌어들였다. IMF 구제금융지원조건은 한국경제의 대수술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우리 손으로 개혁하기 어려운 것을 강압적으로 하게하는 좋은 점도 있지만 우리가 IMF를 구성하는 나라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무장해제되어 예속될 가능성도 있다. 이리하여 IMF경제신탁통치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1876년의 강화도조약에 의한 개국이 식민지화를, 8·15광복에 의한 개국이 국토분단과 한국전쟁을 불렀듯이 90년대의 무분별한 세계화·개방화, OECD가입 등에 의한 개국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대외예속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국민사이 일어나고 있다.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양적 확대위주의 고도성장정책에서 야기되고 누적된 거품과 구조적 모순에 의한 한국경제의 약한 체질이 금융위기를 막아내지 못한 이유의 하나가 될 것이다. 금융위기에 따른 기업도산, 은행부실화는 국제적 신뢰를 잃어 국내에서 국제 단기유동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환율과 금리를 높이고 주가를 폭락시켰던 것이다. 만일 정부가 한보사태, 기아사태나 기타 대기업의 도산사태때 정확하게 상황판단을 하고 이에 따라 적기에 적절한 대책을 세워 실시했더라면 이번과 같은 사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김영삼정권은 세계화, 개방화를 외치며 OECD에 가입하는 등 21세기의 화려한 꿈만 꾸면서 닥쳐오는 문제에 대한 위기관리를 못할 정도로 지도력 부재상태에 있었고 그 밑에는 시대의 변화를 옳게 파악하고 대처할 경제관료가 부족했다. 문민정부 하의 경제정책은 GNP의 증대보다 생활의 질 향상에 목표를 둔 안정성장으로 생각의 틀을 바꾸는 정책전환을 했어야 했다. 새 정부는 벌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경제정책 결정과정을 알아내기 위해 경제관료에 대한 청문회를 열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결국 비효율적인 정부, 방만한 재벌의 기업경영, 정경유착에 의한 부패구조, 일부계층의 낭비적인 가계가 한국경제의 파탄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구제금융 지원조건은 부실금융기관 정리, 재정긴축(10%), 거시경제 운영목표수정(성장률 3%, 물가 4.5%, 경상수지적자 50억달러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외환업무제도 개선, 국내금융시장 개방 등이다. 특히 외국인 은행인수허용에 의한 자본시장개방은 미·일의 끈질긴 로비가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따른 금융권의 대대적인 개편이 예고되고 있다. 그리고 재벌의 차입경영과 오너단독지배구조에 대한 개혁촉구도 제기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지원조건은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을 강제적으로 조기 실시토록 하여 한국경제의 기반을 튼튼하게 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저성장, 고실업, 고물가, 생활난이라는 크나큰 고통을 안겨주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이제 온국민은 이 어려움에서 오는 고통을 분담하여 경제살리기를 위한 범국민 운동을 일으켜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다. 정부는 과감한 개혁을, 기업은 군살을 빼는 구조조정을, 국민은 근검절약하는 건전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재벌은 그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일을 게을리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으려할 뿐 아니라 힘없는 서민에게 엄청난 빚더미만 안겨주었다. 재벌들은 군살 뺄 생각은 안하고 근로자에게 책임을 돌려 정리해고·조직축소를 내세우면서 금융실명제폐지, 차입금상환연장을 위한 대통령긴급명령 발동을 촉구하고 있다. 정치권은 재벌의 편을 드는 입법이나 정책을 내세우다가 IMF가 재벌개혁을 주장함에 따라 다소 체면을 잃게 됐다. 부유층은 무분별한 해외여행을 비롯한 외화낭비적인 사치생활을 크게 반성해야 한다. 특히 저성장, 고실업, 고물가시대에 저소득층의 생활고를 덜어주어 소외계층을 어루만져줌으로써 사회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어쨌든 우리는 피할 수 없는 위기를 극복하여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구제금융조건을 수용하면서 경제질서 재정비로 국제신뢰를 회복하고 경제살리기 범국민운동, 수출증대노력에 의한 국제수지 흑자화를 도모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경제운영과 기업경영의 일대혁신을 위한 생각의 틀을 바꾸는 의식개혁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민도 선진국화의 꿈에 사로잡혀 커진 기대감을 줄이고 절제생활을 하는 슬기로운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한국경제가 어려워지자 시민단체, 일부기업, 정부가 경제살리기운동을 하고 있다. 이것이 하나의 과시적인 구호에 끝나지 말고 알차게 실천되어 우리나라 경제의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고려대 명예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