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착잡한 3후보/IMF각서 관련 3후보 표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착잡한 3후보/IMF각서 관련 3후보 표정

입력
1997.12.04 00:00
0 0

◎두 이 후보 “불가피한 일” 수용/DJ “관례 어긋난 일” 공한대체선거운동에 눈코뜰새 없는 후보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한 합의 이행각서에 참담한 심정으로 서명하거나 이행을 약속했다. 이회창 한나라당후보는 직접 서명했고, 유세때문에 지방에 있던 이인제 국민신당후보는 직인으로 서명을 대신했다. 그러나 김대중 국민회의후보는 국제관례에 어긋난다는 점을 들어 서명을 하지 않고 김영삼 대통령에게 공한을 보내 이행을 약속했다.

○…이회창 후보는 낮 12시50분께 김포공항 귀빈실에서 이행각서에 서명했다. 이후보는 비행기편으로 유세를 위해 대구에 내려가기 앞서 강만수 재경원차관이 이행각서를 들고 공항까지 찾아오자 서명해줬다. 이에앞서 이후보는 이해구 정책위의장으로부터 「협상의 완전 타결을 위해서는 대통령후보의 이행각서 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임창렬 경제부총리의 말을 전해듣고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보는 대구유세에서「IMF협의결과 발표에 대한 입장」이라는 문건을 발표, 『참담한 심정으로 정부의 협의 결과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보는 또 『정치지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다수당의 대통령후보로서 국민여러분께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합의내용이 최선의 것은 아니지만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후보는 이어 실업대책 마련과 경제실상의 정확한 공표 등을 정부에 촉구하고 정치권에 대해서는 『경제회복을 위한 정책과 대안제시로 국민의 심판을 받자』고 제안했다.

○…김대중 후보는 각서 서명에는 응하지 않고 대신 김영삼 대통령에게 이행을 약속하는 별도의 공한을 보냈다. 김후보가 이러한 형식을 택한 것은 협상내용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름대로 「자존심」을 지켰음을 보여주기 위한 고육지책 이라는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후보는 IMF가 정책위의장 수준의 합의이행 약속을 요구했다가 후보들의 직접 서명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김원길 정책위의장으로부터 전해듣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후보는 대통령에게 보낸 공한에서 『IMF와의 합의 내용을 원칙적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약속 하면서도 『그러나 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이행함에 있어서는 계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해 추가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김정책위의장은 『정부가 요구해 온 각서는 「모든 협의내용을 협의된 대로 이행한다」는 일방적인 요구로 돼 있다』며 『이같은 요구는 경제주권의 침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사숙고 끝에 서명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신당은 하오 3시께 이인제 후보의 직인을 찍어 서명을 대신했다. 서명을 받기위해 여의도당사를 방문한 강만수 재경원차관은 『오늘 중으로 서명을 해줘야 한다』고 간곡히 요청했고 박범진 사무총장이 전화로 경기지방에서 유세중인 이후보의 동의를 얻어냈다. 그러나 당관계자들은 경제주권이 훼손된데 대해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강차관이 제시한 서명용지를 보고 『외교문서의 기본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후보는『IMF가 대통령의 서명만으로도 부족해 대통령후보들의 연서보증을 요구한 것은 국가체통과 국민의 자존심을 너무 상하게 하는 처사』라며 『그럼에도 절박한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서명했다』고 말했다. 이후보는 이어 『정부와 한나라당은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고온데 대해 국민앞에 엎드려 사죄해야 한다』고 책임을 물었다. 당직자들은 『어떻게하다가 이런 수치스런 상황에 이르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정진석·고태성·김관명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