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미디어선거 정착 영향인듯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지 8일째가 됐지만 대선 열기는 그다지 높지 않다. 후보가 참가하는 거리유세에 200여명 정도만 모일 뿐이며 정당연설회는 당원들로만 채워지고 일반 유권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중적 인기가 있는 젊은 정치인들로 구성된 한나라당 「새 물결 유세단」 국민회의 「캠프 파랑새 유세단」 국민신당 「모래시계 유세단」도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고 있다.
유세현장을 누비는 의원, 위원장들은 『92년 대선과 비교하면 아예 한기가 흐를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너무 썰렁해서 이제는 사람을 모으기 보다는 시민들이 많이 모여있는 지하철역 등을 찾아간다』(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이성헌 위원장) 『시장 상가에서 주부들의 손을 잡으면 호불호보다는 살림걱정의 느낌이 전달돼 온다』(국민회의 추미애 의원 국민신당 김충근 대변인)…등등.
이처럼 대선 분위기가 착 가라앉은데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경제난국이 선거 분위기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국가부도 사태가 터진 마당에 정당이 적극적 선거운동을 벌이기 힘들고 국민의 시선도 선거보다는 경제로 쏠리고 있다. 『나라가 어려울 때 번잡스런 선거운동은 오히려 감표 요인』(한나라당 서상목 국민회의 김원길 의원)이라는 말대로 각 정당이 과한 선거운동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또한 대규모 옥외유세, 청중동원을 금지토록 개정된 선거법도 한 몫하고 있다. 아울러 세 차례의 합동토론회, 공식 선거운동 이전에 치러진 30차례의 TV토론 등 「미디어 유세」가 자리잡은 것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힐 수 있다. 전반적으로 정치권에서 유통되는 자금이 줄어들고 그 결과 선거과열의 원천인 조직중심의 선거운동이 거의 불가능해 졌다는 점도 선거를 차분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부차적이기는 하지만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의 영향도 있다.
「빙점아래의 선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분위기를 놓고 긍정론과 부정론이 엇갈리고 있다. 선거를 통한 국민적 「카타르시스」의 기회가 봉쇄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정치 무관심이나 투표율 저하에 대한 우려도 있다. 미디어 비용이 너무 비싸 또다른 고비용정치를 잉태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선거문화의 획기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도 많다. 『후보가 삶의 현장을 찾아가는 진솔한 정치가 되고 있다』(국민신당 이인제 후보) 『과도한 선거비용, 지나친 갈등을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한나라당 박희태 의원)는 평이 긍정론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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