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자금을 도입하기 위한 각서(국제통화기금 대기성차관협약을 위한 양해각서)가 3일 정식으로 합의됐다. IMF의 한국경제에 대한 「신탁통치」가 공식으로 개시되는 것이다. 한때 아시아의 용으로 부러움을 받던 우리 경제가 21세기의 목전에서 국제기구의 법정관리로 떨어진 것이다. 참으로 개탄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도 없다.이제는 당면한 과제를 슬기롭게 푸는 일만이 남아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가 감내할 수밖에 없는 국민적 고통과 사회 경제적 경비를 얼마나 최소화하고 단기화하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국민적 단합과 지혜에 달려 있다.
양해각서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3%선으로 낮추고 경상수지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1% 이내로 줄이도록 했다. 통화운용도 초긴축 속에 일시적인 금리상승을 허용토록 요구하면서 소비자물가는 5% 이내를 제시했다.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재정부담을 위해 세출예산을 줄이고 반면에 각종세금을 인상토록 했다.
양해각서는 부실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위해 이미 9개 종금사의 영업정지를 시작으로 강력한 금융기관의 정리를 촉구하고 외국인의 인수합병을 허용하고 있다. 또 외국인주식투자한도를 현행 26%에서 이달말까지 50%로 확대하는 등 자본시장에 대한 개방폭을 앞당기고 속도를 다그치도록 하고 있다.
재벌경영에도 국제적 기준의 그룹연결재무제표를 도입하고 상호지급보증제도를 개선토록 요구하고 있다. 수입다변화제도가 폐지돼 우리 시장에는 더 이상 외제에 대한 방호망이 사라졌다.
양해각서는 IMF의 한국경제에 대한 일종의 신탁통치지침이다. 주권국으로서 경험하지 못한 조건들이다. 그렇다고 모두 터무니없거나 불합리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거나 이미 연차적 시행을 국제적으로 약속했던 부문들도 적지않다. 단지 경제상태가 최악인 상황에서 강제로 시행해야 한다는 급속성과 과격성이 큰 문제다.
우선 정부가 IMF와의 협상에 빼앗겼던 전열을 이제는 IMF이행조건을 극복하는 대응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재경원 뿐만 아니라 범정부적인 비상대응체제가 필요하다. 정부가 비상체제를 갖추고 각분야별 경제주체들에게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신속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지금처럼 위중한 적도 없을 것이다.
기업 역시 더 이상 보호막이 없다는 냉혹한 현실이지만 대국적으로 국민경제를 생각하는 자세를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의 어려움 속에서도 실업을 최소화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기업의 토양인 서민경제 나아가 소비자들이 무너지면 기업의 회생은 더욱 힘들어진다. 아울러 강요된 개혁보다는 기업 스스로 경영행태를 선진화하는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소비자들도 고물가, 고실업시대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가계수입도 줄어들 것이다. 그래도 방법은 절약과 저축뿐이다.
경제주체 모두의 의식변화와 전략적 사고의 접근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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