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곳 대출금 26조달해 기업 연쇄도산 불가피9개 종금사 업무정지조치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이다. D사 자금담당 K부장은 2일 『방법이 없다. 정부의 별다른 조치가 없는 한 다른 곳에서 빌려서라도 종금사대출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동원방법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종금사 업무정지와 함께 기업들의 무더기 동반도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업무정지대상 9개 종금사의 기업대출은 어음할인 18조7,000억원을 포함해 모두 25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에 따른 최악의 상황은 기업들이 이들 업무정지대상 종금사로부터 빌린 26조원에 가까운 돈을 완전히 상환해야하는 것이다. H종금 관계자는 『몇몇 종금사의 일시 자금회수조치로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했는데 9개 종금사 거래기업들에 대해 한꺼번에 자금상환 압박이 돌아올 경우 웬만한 기업은 물론 삼성이나 현대계열사라 하더라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종금사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단기자금으로 기업들의 종금사 거래비중은 회사별로 차이가 있으나 전체의 30%내외로 알려져 있다. 전체 종금사중 30%가량이 영업정지되고 기업조달자금의 30%가량이 기업의 목을 죄는 상황이 되면 기업들의 「줄도산」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거래 종금사가 업무정지되면 기업들에 대한 신규여신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기존 여신의 만기연장도 중단될 수 밖에 없다. 예를들어 A기업이 10억원짜리 91일만기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해 B종금사로부터 할인, 대출을 받은 경우 B종금사의 영업이 중단되면 A기업은 막바로 만기일에 10억원을 갚아야 한다.
A기업이 부도를 피하기위해 다른 금융기관을 통해 10억원을 조달해 갚아야 하지만 조달이 여의치 않으면 곧바로 부도로 연결된다. 더우기 종금사를 이용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현실도 기업의 줄도산 가능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기업이 상환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른 금융기관을 이용하거나 당좌대월, 콜자금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다른 금융기관들이 기업에게 종금사 상환용 자금으로 쉽게 빌려주지 않고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인 당좌대월의 한도도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며 초단기자금인 콜자금 역시 신용때문에 구하기 어렵다. 아무리 둘러봐도 자금을 구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K사 W부장은 『폐쇄대상 종금사에서 100억원정도 빌렸으나 다행히 최근 다른 종금사를 통해 상환했다』며 『아직도 물려있는 기업들은 담보력이나 신용이 없는데다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려고 해도 주가마저 크게 하락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5대그룹의 장기자금조달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종금사영업정지와 이에따른 파장은 기업들의 숨통을 완전히 막게될 것』이라며 『건전자산에 대한 금융기관의 일괄인수 등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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