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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재벌의 나라’/신재민(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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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재벌의 나라’/신재민(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7.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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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금융위기가 심각한 국면을 맞은 이후 서방의 유수한 언론들이 앞다투어 이에 대한 기사를 싣고 있다. 나름대로 한국 경제의 성장과정을 되돌아보면서 오늘날의 경제난을 진단하고 있다.그런데 이같은 기사내용 가운데 빠지지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chaebol」(재벌)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한국어중 가장 많이 알려진 단어가 「kimchi」(김치)이고 그 다음이 「chaebol」일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그만큼 외국의 언론들은 한국 금융위기의 원인을 「재벌」로 상징되는 한국 경제의 왜곡된 구조에서 찾고 있다.

경제전문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가 근착호에서 「기적의 종말」이라는 제목 아래 『현 위기의 근본원인은 40여년전 의욕적인 경제개발을 추진할 때부터 내재되어왔다』고 진단한 것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한국 정부의 주도아래 은행들은 몇몇 전략산업에 특혜금융을 무한정으로 주어 36년만에 수출량을 3,300만달러에서 1,300억달러로 늘리는 「한강의 기적」을 낳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투자해서 외국의 기술을 베끼면 된다는 식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한국이 선진국의 대열에 가까워지면서 부터는 더 이상 통하지않게 되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키워진 재벌은 은행돈을 마구 끌어들여 채산성을 고려치않고 온갖 분야에 투자, 화려한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빚더미에 올라앉아 결국 은행을 부실에 빠뜨렸다고 이 기사는 분석했다.

이같은 언론보도를 접할 때마다 위기의 대처방안으로 국내에서 벌어지는 「허리띠 졸라매기」캠페인은 어딘지 진부한 느낌을 준다.

물론 우리 국민 모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에 따른 조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위기의 진단과 처방은 보다 근본적 차원에서 접근해야할 것같다. 우리가 좀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흥청망청 살아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투자로 인한 한보나 기아 등 대기업이 하나씩 쓰러질 때의 후유증은 과소비에 비할 바가 못된다.

우리 특유의 경제현실을 고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번쯤은 주변에서 우리 경제를 두고 하는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도 있다.<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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