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협찬·수익사업 경제위기로 부진한데 회비마저 안걷혀 후원금 모금 안간힘『이젠 믿을 곳은 회원들 밖에 없습니다』
총제적 경제위기는 NGO들의 궁핍한 재정을 더욱 악화시켜 존폐의 위기로 내몰고 있다. 사업별로 따라붙던 정부기관이나 단체, 기업들의 협찬이 줄거나 아예 끊겼고 각종 수익사업도 불황의 그늘이 깊다. 재정의 근간이 되던 회비도 불경기로 계속 줄고 있다.
최근 공명선거실천 시민운동협의회(상임공동대표 강문규)가 일부 회원단체의 내부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원을 수용한 것은 NGO들의 악화한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한 예. 공선협이 정부지원수용에 대한 회원단체들의 원칙적인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수용을 결정한 것은 회원단체들이 회비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현실적 요인 때문이었다.
공선협 관계자는 『회원단체들의 회비로는 기본적 감시활동도 실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시민의 선거감시활동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리를 잡았다는 비교적 큰 규모의 NGO도 마찬가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등록회원의 회비와 특별후원회비 등 매년 3억여원으로 기본재정을 꾸려왔지만 회원 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이 수준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실련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시민의 신문」을 독립시키는 등 조직을 축소했다. 상근자수도 65명에서 35명으로 줄였다. 이대영 기획실장은 『재정난은 결국 회원확대로 극복할 수 밖에 없어 회원확대운동과 한달에 1,000원씩 내는 소액후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말부터 「회원사업팀」을 별도로 구성, 회원확대운동을 벌인 결과 서울환경련의 경우 회원수가 8,000명에서 2만명수준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늘어난 수만큼 회비의 증가를 기대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련은 우리농수산물 직판매 등 수익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회비와 함께 주부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생활협동조합활동으로 재정을 마련해온 한국여성민우회도 최근 2∼3개월간 환경상품과 유기농산물직거래의 매출액이 떨어지고 있다. 여성민우회는 재정난 극복을 위해 상근자 스스로 임금을 동결하고 일일호프집 등을 열어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김동국 기자>김동국>
◎관변단체는 내년에 살림폈다/대선 앞두고 정부지원예산 대폭증액
시민단체들의 「불황」과는 대조적으로 관변단체들은 새해 예산을 듬뿍 받아냈다. 2일 재경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새해 예산은 관변단체들에 대한 지원금을 올해 110억원에서 180억원으로 60%이상 늘렸다. 국회는 긴축재정으로 다른 부분의 예산을 삭감하면서도 관변단체 지원금은 당초의 정부안에서 한 푼도 깎지 않았다.
단체별로 보면 새마을운동중앙회가 30억원에서 55억원으로,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는 10억원에서 20억원, 한국자유총연맹은 10억원에서 15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소규모로 지원하는 지원금도 60억원에서 90억원으로 늘었다.
지원금 증액의 내역을 살펴보면 「정치적인 이유」로 증액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중소기업제품 및 농축수산물 판매장 건립과 각종 사업횟수 증가 등을 이유로 25억원, 자유총연맹은 통일이념교육을 위한 교육연수비로 5억원을 더 지원키로 했다.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는 회관신축 명목으로 10억원을 더 주기로 했다. 또 지방지치단체가 주는 지원금은 아예 명목을 특정하지도 않았다.
관변단체 지원금 증액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반발은 어느 때보다 크다. 역대 선거에서 공공연히 여당의 선거운동에 앞장서 온 이들에 대한 지원이 늘어난 것은 대선과 무관치 않다는게 시민단체들의 시각이다.<남경욱 기자>남경욱>
◎인터뷰/선거법강좌 참여시민 김진택씨/“잘못된 선거는 유권자에게도 책임”
『잘못된 선거는 유권자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 인의동 선거연수원에서 열린 「선거법 무료공개강좌」에는 단 3명만이 수강했다. 이 가운데 한사람이었던 시민 김진택(48·경기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씨는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의 각성을 강조했다.
『선거법이 개정됐다는데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야 투표를 할 것 아닙니까』라고 반문하는 김씨는 『선거법도 모른채 제대로된 후보를 가려낸다고 하는 태도는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주권행사 가운데 대통령을 뽑는 것만큼 소중한 것이 어디 있느냐』며 『후보 개개인에 대한 호·불호도 중요하지만 선거법과 공명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더욱 절실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나 그는 유권자의 무관심에 모든 책임을 넘기지는 않았다. 공명선거를 위한 정부의 의지부족과 정치권의 「적당주의」가 유권자의 불신을 낳고, 제대로된 선거를 막는다는 것이다. 그는 『선거법이 잘못돼 공명선거가 되지 못한 경우는 거의 없다』며 『문제는 선거법을 제대로 알리고 이를 철저히 운영하려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법위반으로 고발된 당선자는 있어도 그 때문에 당선이 취소된 정치인은 없었던게 현실』이라며 『법을 어긴 사람은 더이상 정치를 할 수 없다는 「당연한 인식」을 가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NGO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정규 학습과정에서 정치를 배울 기회가 거의 없는 우리사회에서는 NGO가 사회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철학과 비전을 갖춘 리더들이 많이 배출되고, 사회 곳곳의 「정치 풍토」를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김동국 기자>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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