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불가’ 관철불구 내년초 또 재론가능성/자기자본비율 유지·예금인출사태도 난제금융기관 영업정지라는 극약처방을 피한 은행들은 당분간 스스로 구조조정을 위한 시간을 벌게 됐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의 「직격탄」은 맞지 않았더라도 여전히 「사정권」안에 있는 은행들로선 「강제적 빅뱅」의 소용돌이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겨운 전투를 벌여야 할 형편이다.
부실은행들의 간판을 끌어내리기 위한 IMF의 파상공세를 정부는 일단 버텨낸 것으로 보인다. 당초 IMF는 12개 종금사를 즉각 폐쇄하고 몇몇 부실은행도 최소한 영업정지 이상의 제재조치를 내릴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가에는 이 때문에 IMF가 정리대상으로 선정했다는 은행의 실명이 적게는 1, 2곳, 많게는 7곳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재정경제원은 그러나 종금사 부분은 어느정도 양보하더라도 은행만은 끝까지 「사수」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스스로 경영개선을 할 수 있도록 내년 3월께까지 시간여유를 주고 ▲영업정지나 폐쇄 대신 부실은행을 우량은행에 통·폐합하는 선에서 절충이 이뤄지도록 협상력을 기울였다. 임창렬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이 2일 『더 이상의 금융기관 영업정지조치는 없으며 은행파산도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같은 협상전략이 IMF측에 어느정도 수용됐음을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IMF가 「9개 종금사 영업정지」에 만족한 것 같지는 않다. 은행에 대한 IMF의 「관심」은 결코 작아지지 않을 것이고 부실은행 정리문제는 내년초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IMF가 던진 돌은 피했지만 은행들로선 ▲연말결산 ▲예금인출 등 두개의 힘겨운 고비를 넘겨야 한다. 우선 IMF는 자기자본비율이 국제결제은행(BIS) 권고치인 8% 미달은행을 원칙적으로 「정리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많은 은행들이 「데드라인」에 걸려 있지만 자기자본비율 제고를 위해 현재 ▲후순위채발행 ▲대출축소 ▲부실채권매각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어 현 단계에선 올 연말결산에서 8% 미달은행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IMF는 회계기준의 투명성을 문제삼아 현재 평가손실액의 50%, 99년 상반기에 100%를 쌓도록 되어 있는 유가증권손실충당금 적립비율을 당장 올 연말부터 100% 현실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주가폭락으로 9조원대의 주식평가손이 예상되는 은행권으로선 적립비율을 당장 100%로 높일 경우 대량적자 및 자기자본비율 추락이 불가피하다. 한 시중은행장은 『충당금을 당장 100% 적립한다면 절반이상의 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이 8%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해외차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결국 부도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난제는 예금인출이다. 예금보호장치에도 불구, 「정리대상」으로 거명된 일부은행에서는 이미 예금인출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예금이 빠져나간다는 것은 「자연도산」의 길로 걷는 것이나 다름없다.
은행권은 IMF의 직접적 정리요구여부에 관계없이 이제 생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재무구조건전화를 통해 예금인출사태를 막는다면 은행들은 「강제파산」이란 최악의 사태는 피할 것으로 보인다.
IMF가 부실은행정리와 함께 외국인의 은행 M&A 허용을 요구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실은행정리는 단지 은행문을 닫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의 국내금융지배까지 연결된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클 전망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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