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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고실업」의 먹구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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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고실업」의 먹구름(사설)

입력
1997.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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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영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의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하지 못하는 민족은 세계의 무대에서 사라졌다고 했다. 지난 한 세대동안 압축성장에 성공, 저개발국에서 일약 무역량 세계 11위국으로 선진국대열에 접근했던 우리가 이제 대긴축으로 궤도수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것도 자의적인 수정이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해 강요된 수정이다. 역사적인 치욕이다. 그러나 자괴와 속죄양을 찾는 마녀사냥에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 우리로서는 IMF와 합의한 긴축체제를 소화하고 경제대개혁을 단행함으로써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국가적 최대과제다. 눈앞에 다가온 21세기에 한국경제가 다시 용으로 부상하느냐 아니면 지렁이로 전락하느냐는 여기에 달려 있다.IMF가 내놓은 긴축처방은 태국이나 인도네시아보다 특별히 엄격한 것 같지 않다. 그러나 고속성장에 익숙해 온 체질로는 돌연한 환경변화에 적응하기가 극히 어려울 것이다. IMF는 성장률 2.5%, 예산감축 10% 이상(약 7조5,000억원), 세율인상(부과세, 교통세, 소비세 등) 등을 요구했다. 전례없는 재정긴축이요 성장률축소다. 거품제거처방이기는 하나 필요 이상 강도가 높은 것같다.

우선 가장 우려되는 것은 높은 실업률이다. 실업률이 현재의 2.1%수준에서 약 7%선에 오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실업자가 100만명선을 넘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성장 고실업상태가 하루 이틀에 풀릴 것이 아니므로 정부, 기업, 근로자(노조)사이에 우선 실업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미국처럼 사용자임의로 감원을 할 수 있게 할 것인가 아니면 일본처럼 감원을 자제토록 할 것인가. 이것은 단순한 법만의 문제가 아니고 노사관행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노동법상 정리해고는 2년동안 유보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완전봉쇄돼 있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법원판례로서 경영상 부득이한 경우 정리해고가 가능하게 돼 있다. 감원을 자제하는 경우에는 임금동결내지 감축 등 노조측으로부터의 상응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로서는 노사의 사회적 합의 유도를 위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정부, 기업, 가계 등 각 경제주체들은 이번 IMF의 정책권고가 강요된 체제개혁이지만 그것이 각자나 국가의 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필요불가결한 쓴 약이므로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정부의 역할이 극히 중요하다. 특히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의 리더십과 비전이 사활적이다. 우리는 대통령교체기에 있는 것이 현경제위기를 대처하는데 있어 상당한 차질을 줄 수 있다. 우리 경제가 IMF에 긴급구제금융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위기상황에 온 것도 상당부분 대통령의 리더십 빈곤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관료체제가 한보, 기아 등 대형부실이 발생했을 때 즉각 대처했더라면 오늘날의 처지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현 김영삼 대통령의 권력누수현상은 오는 12월18일 새대통령선출뒤에는 심화할 것이 확실한 만큼 이에 대한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당선자의 취임을 기다리기에는 사안이 급박하다. 통치권자의 국정집행에 공백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정부는 작은 정부를 실현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재벌그룹의 경영체제개선, 금융산업의 빅뱅(대변혁) 등 민간경제의 혁명적 개편에도 지도, 감독이 필요하다. 재벌그룹과 금융기관들은 체제개혁에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또한 소비자들 특히 있는 사람들이 과소비를 자제해 줘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경제주체들이 제몫을 다할 때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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