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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것만 쓰는 한국인/마리즈 부르뎅(한국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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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것만 쓰는 한국인/마리즈 부르뎅(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7.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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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들려온 날벼락 같은 소식은 아직도 많은 한국인들에게는 믿기 어려울만큼 놀라운 것이다. 한때 아시아의 용으로 불리며 흥청거렸던 한국이 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다니. 아마도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부를 한동안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그러나 한국에서 산지 오래 된 외국인들에게는 한국경제의 침몰이 그리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다. 오히려 놀라운 것은 얼마전까지 개발도상국이었던 한국이 선진국 못지않게 흥청망청 소비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오늘의 한국은 개발도상국은 아니다. 선진국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보기에 너무 빨리 부자가 된 한국인들은 좋지 못한 소비행태를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은 해외여행 중에 가장 돈을 많이 쓰는 국민 중의 하나일 것이다. 또 내가 보기에는 아직도 새것 같은 가구를 버리고, 히터를 틀어놓고 창문을 여는 등…. 한국에서 불어를 가르치고 있는 내 친구는 언젠가 우연하게도 학생들의 가방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학생들의 반수 정도가 핸드폰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패션분야에서도 한국여성들은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최신 유행을 금방 따라가는 것은 아마도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다. 나는 한국여인들이 얼마나 자주 옷을 사는지 보면서 항상 놀란다. 물건을 오래오래 쓰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새것만 나오면 사는 것 같다. 도대체 한국사람들은 어떻게 이처럼 많은 돈을 쓸 수 있을까 궁금할때가 많다. 언젠가 추석에 백화점에 간 적이 있는데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비싼 추석선물세트를 보면서 마치 내가 가난한 나라에서 온 사람처럼 위축되는 것을 느낀 적도 있다. 물론 어느 나라에나 사치하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시장에서 살 수 있는 물건도 백화점에서 10배나 주고 사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불행하게도 세상에 화수분은 없다. 그러니 언제나 아껴서 써야 한다. 물론 한편으로는 한국인들의 과소비행태를 이해할 수도 있다. 한국전쟁의 아픔과 굶주림만 생각해도 그렇다. 나이든 한국인들은 아직도 당시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젊은이들은 부모들이 자신에게 큰 돈을 쓰는 것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침몰이 가져온 불가피한 내핍생활을 가장 힘들어 하는 사람도 젊은세대일 것이다.

고난은 불행이면서 동시에 행운이기도 하다. 어려운 시기를 맞아 풍요로웠던 과거를 그리워하기보다 스스로의 삶의 방식을 되돌아 보는 지혜를 발휘하도록 하자.<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프랑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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