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대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조건은 엄격했다. IMF가 우리정부에 제시한 정책권고의 기조는 경제의 거품제거와 구조조정이다. 방향 그 자체는 올바르다. 우리자신이 경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장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역시 거시경제정책지표 등 구체적인 부문별 사항에서는 강도가 강했다. IMF측이 칼자루를 쥐고 있어 그들의 정책권고를 대부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로서는 정부, 기업, 근로자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게 됐다.IMF의 정책권고는 일차적으로 긴축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 성장률을 2.5%로 감축하고 예산도 약 10%(7조5,000억원)이상 삭감할 것을 요구했다. 이대로 수용하면 거품은 눈에 띄게 빠지겠지만 실업이 약 7%로 증대하게 될 것이다. 정부와 관·민연구소들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6%내지 6.5%로 예상해 왔는데 이를 절반이상으로 줄인다면 경제적 파급영향은 충격적이 아닐 수 없다.
우리경제의 실질성장률은 약 6%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플레의 압력없이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 이 정도인데 이것을 강제로 2.5%로 낮춘다면 우리 경제운용의 틀이 엄청난 축소지향체제로 전환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을 수용할 수 밖에 없다면 정말 우리경제의 경쟁력강화를 극대화할 수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구호에 그쳤던 작은 정부의 실천이 불가피해졌다. 기업들도 이제는 과도한 차입경영, 문어발식 경영, 제왕식 경영 등 한국형 경영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번의 경제위기는 다름아닌 한국형 재벌경영의 실패가 초래한 것이다. 재벌그룹들은 지금까지의 경영방식에 조종이 울린 것으로 알아야 한다. 뭣보다 오너경영자들도 경영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는 체제가 도입돼야 한다. 오너 영구경영체제로는 경영혁명을 기대할 수 없다. 경제주체 가운데 가장 약자인 근로자들도 역시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이 요구된다. 경영합리화를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희생을 역시 피할 수 없다.
한편 당면 최대의 현안인 금융산업구조조정에서 IMF는 일부 부실종금사와 은행 등의 도산을 요구하고 있는데 비해 정부측은 인수·합병(M&A)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IMF는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부실금융기관을 대폭 문닫게 하는 극단적인 조처를 취했던 것으로 봐 그들의 요구는 무리가 아니다. 정부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지금의 준금융공황상황은 즉시 종결돼야 한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하는 것은 부실금융기관 처리는 지연하면 할수록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폐쇄든 M&A이든 우리 여건에서 어느 방법을 선택하든 대가는 크다.
또한 IMF의 요구대로 재정이 동원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겠으나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만큼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은 철저히 따져야 할 것이다. 또한 해외신뢰의 조속한 회복을 위해서도 경영혁신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IMF의 정책권고를 재도약의 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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