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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를 믿게 하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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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를 믿게 하라(사설)

입력
1997.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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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바닥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계속 오르고 있고 하락 일변도의 주식시장은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에 빠져 있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감량경영을 선언하고 노동자들은 실직의 공포에 떨고 있다. 가계는 혼돈과 불안속에서 그저 소비를 줄이거나 늦추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정부가 강조하듯이 경제의 기초여건이 갑작스럽게 나빠진 것도 아닌데 이렇게 경제가 활기를 상실하는 것은 다분히 심리적인 공황에서 비롯한다. 정부가 대책이라고 발표할 때마다 경제가 더욱 곤두박질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모든 경제주체가 불황을 예상하고 경제행위를 그에 맞추게 되면 경제의 성장잠재와 관계없이 불황이 오게 마련이다. 불확실성에서 비롯한 심리적 불안이 경제를 필요 이상으로 위축시키고 있다. 심리적 공황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우리 경제의 회생은 불필요하게 지연될 공산이 크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경제의 기초여건이 건전하기 때문에 IMF의 구제금융이 이루어지면 곧 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식으로 안이한 구두선만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적극적인 자세로 경제주체들의 불안을 덜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금융위기나 외환위기의 경우 정부의 개입수단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불안감을 더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선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국민들로 하여금 안정된 예측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과 응집성을 지녀야 한다. 오늘은 이랬다 내일은 저랬다 한다거나 이 분야에서 이렇게 하고 저 분야에서 저렇게 행동해서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덜해지기는커녕 더해질 뿐이다.

또한 정부는 스스로도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여야 한다. 사실 국민들은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내할 태세를 이미 보이고 있다. 이제는 정부 또한 희생을 감내할 태세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재경원과 같이 필요 이상으로 팽창한 정부기구는 과감히 축소시키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은 정부를 신뢰할 것이다.

나아가 정책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사실 경제위기는 나쁜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경제위기는 이미 효용이 다한 성장연대의 낙후한 제도와 관행을 새로운 경제환경에 맞게 조정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오늘의 경제 위기가 어떤 희생을 요구하는지를 공개하는 한편 그런 희생의 결과로 어떤 발전의 희망이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문제의 인식이 문제해결의 첫단계이다. 위기의 실상을 솔직히 털어놓고 국민들의 협조를 구하는 편이 오히려 암중모색으로 인한 불필요한 위기의 심화를 막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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