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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의학과 강정법(유라시아 장수촌을 찾아서: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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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의학과 강정법(유라시아 장수촌을 찾아서:13)

입력
1997.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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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와 신선사상/부지런히 살아야 늙어 정력이 좋다/몽골·고려 등 폄하불구 중국 전통의학도 송나라시절까지는 신선사상·주술의학에 영향최근 몽골에서는 역사를 제대로 복원하려는 민족적 자각이 높아지고 있다. 필자가 네이멍구(내몽고)에 머무는 동안 통역을 맡은 네이멍구공대 아굴라 교수는 몽골인들이 실크로드라는 용어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칭기즈칸은 이미 13세기에 유라시아대륙을 지배했다. 몽골족에게 유럽은 서역의 땅이 아니라 자기네 제국의 한 영토에 속했던 곳에 불과하다.

따라서 동서 교역로 역할을 한 실크로드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한족이나 유럽의 입장에서 보면 몽골족은 자신들에게 굴욕의 역사를 안겨준 장본인이었다.

몽골족은 원나라를 세워 중국을 지배했고, 유럽의 수많은 나라들도 한때는 몽골족의 직접적인 지배아래 있었다.

중국인들은 칭기즈칸이나 몽골족을 북방의 흉노나 북적의 무리로 여겼으며 서양인들은 바이킹이나 게르만족보다 더 고약한 야만족이라고 표현했다.

맥닐같은 역사학자가 쓴 책을 보면 몽골군사는 용감하지만 잔인하고 흉악하다고 기록돼있다. 또 목욕을 하지 않아 몽골군사가 쳐들어올 때면 바람만 불어도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고 한다.

그러한 몽골인들이 이제 다른나라 사람들에 의해 왜곡되고 격하된 자신들의 문화와 역사를 되찾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봐도 몽골과 비슷한게 많다. 고려 인종때 송나라 서긍이란 사람이 쓴 여행기 「고려도경」을 보면 중국인들이 미신에 빠진 고려인들에게 의학을 가르쳐주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콧대높은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를 방문한 서긍의 개인적 여행기이지만 우리에게 굴욕적인 표현이 많이 있다.

따지고 보면 송나라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송나라가 망하고 한의학사에서 말하는 김원사대가가 출현할 때까지 중국의 전통의학은 합리적인 의술이 아니라, 의무적이고 신비한 신선사상이나 주술의학적 성격이 짙었다.

◎도교의학과 접이불설/중국·중앙아 등 도교의학 잔영/접이불설원칙 지켜야 정력유지하고 장수

현대의학을 과학적 의학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질병과 건강에 대해 과학적으로 연구·분석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의학은 실험실에서 얻을 수 있는 결과나 동물실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을 통해 축적된 경험으로 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도 한다. 때문에 경험의학이라는 말도 있다.

서양에서도 과학적 의학의 역사는 길게 잡아 르네상스이후 시작된 것으로 보고있다. 불과 300년도 되지 않았다.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우리몸의 오묘한 생명현상이나 질병·건강간의 상관관계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 너무 많다. 평균수명은 길어졌지만 생리적 수명 자체는 연장되지 않았다.

사람의 노화과정은 「기·로·모·기」로 나눌 수 있는데 옛날에도 마지막 기에 이른 100세까지 산 노인들이 있었다. 이성계는 70세 넘게 살았으며 영조는 83세까지 장수했다. 과학적 의학은 단지 어린이의 사망율을 낮춰 평균수명을 연장시키는데 크게 이바지했으나 생리적 수명연장에는 별로 공헌한 바가 없다.

의학은 경우에 따라 당시의 철학사상이나 종교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이런 때를 종교의학의 시대라 한다. 서양에서도 서로마가 멸망할 때부터 르네상스운동 시작 전인 1,000여년간은 종교적 계율이 지배했던 종교의학의 시대였다.

이같은 경향은 동양에서도 비슷하다. 몽골이나 일본에서 불교는 의학과 깊은 관계를 맺어왔으며 중이면서 의사역할을 했던 승의들이 여러 가지 고의서를 남겼다. 일본의 「의심방」에 소개된 신라법사방과 같은 명칭만 봐도 불교와 의학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유명한 고사성어에 나오듯 화타는 관운장의 팔에 박힌 화살을 빼내고 마불산으로 마취시켜 배를 가르는 개복수술도 했다. 불교냄새가 짙은 고대 인도불교의학의 일면을 볼 수 있다.

또 중국과 중앙아시아에는 불로장생술이나 신비한 도교의학의 뿌리도 남아 있다. 중국의학사에 등장하는 손사막과 장중경, 「포박자」를 쓴 갈홍같은 사람도 엄격히 따진다면 도교적인 냄새가 짙은 도사 내지 도교의학자였다.

우리나라 의학사에 빛나는 동의보감을 보아도 이론의 뿌리가 도교의학임을 알 수 있다. 동의보감에 「도득기정, 의득기조」라는 표현이 나온다. 도교에 입각해 조섭수양하는 것이 건강관리의 근본이며 의원의 치료는 이차적인 처치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또 「황정경」에 나오는 「정·기·신」을 인용해 사람의 몸안에 들어있는 여러 내장의 생리적 기능과 증상을 종합, 내경편로 엮어 놓았다. 허준 선생은 사람이 건강하려면 조섭수양이 첫째이며, 약을 쓰는 치료법은 이차적이라는 도교의학이론을 분명하게 받아들였다.

도교의학은 음식섭취방법, 부적같은 특이한 섭생법으로 정평이 나있지만 방중술이 더욱 유명하다. 도가의 이론에 따르면 산스크리트말의 「니르바나」에서 유래한 니환궁이 뇌에 있는데, 골수의 바다라는 뜻에서 수해라고도 불렸다. 도교에선 이 곳을 정액의 원천이라고 믿었다. 또 생식활동의 원천역할을 하는 하부영역에는 오른쪽과 왼쪽 콩팥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단전이 형성돼있다. 따라서 남녀관계시 생성되는 여러 액체, 특히 대뇌에서 방광으로 내려온 정액을 사정하지 않고 생명선인 척추를 통해 다시 뇌로 되돌려보내야 좋다고 했다.

이것이 도교에서 조섭수양의 전제조건으로 꼽고 있는 접이불설 내지 보류교접의 원칙이다. 도교의학에선 이 원칙을 정력유지와 장수의 필수조건으로 여기고 아직도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장수와 정력의 비결/장수촌 노인들 100세 넘어도 힘겨운 육체노동 성생활도 나이맞춰 지속

위구르족은 회교를 신봉한다. 이제는 많지 않지만 일부다처인 경우도 있다. 70∼80세에 자식을 낳는 노인도 많다. 그러나 이들은 생활이 풍족하지 못해 정력제로 소문난 칠십미진미환같이 비싼 약을 먹지 못할 뿐 아니라 알지도 못한다.

이들이 나이 먹어서도 자녀를 갖고 건강하게 사는 생활의 원천은 역시 자연에 순응해 정신적·육체적으로 무위자연하는 생활 내지 섭생법에 있다고 여겨졌다. 이들의 섭생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노인이 되어서도 정력이 왕성하고 성생활을 계속하려면 평소 건강한 생활을 해야한다. 너무 살찌지 않도록 주의하고 중년이후에는 당뇨병, 고혈압같은 병을 예방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때 육체적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수촌에서는 100세 넘게 사는 사람들도 힘겨운 육체노동을 한다. 육체적 활동은 노화를 막아주는 항산화효과가 있다. 결국 부지런히 일하고 육체적 활동을 계속하는 사람만이 중년이후에도 건강하고 왕성한 정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두번째로는 마음의 평화를 강조한다. 화를 자주 내고 생각을 많이 하면 정신건강에 해로우며 마음이 고달퍼져 병이 생기고 정력도 떨어진다고 했다. 나이 들수록 지나치게 화를 내거나 슬퍼하지 말고 너무 좋아해서도 안된다. 항상 절제하고 일을 많이 하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고 동의보감에도 기록돼있다. 사람의 수명은 천명이기보다 각자의 조섭수양에 따라 좌우된다고 했다.

세번째로는 나이에 따라 성생활을 적응시켜 나가는 지혜이다. 마가렛 미드도 성생활은 한쌍의 남녀가 서로 합심해 이루는 협동작업이며 개인과 연령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생활의 조화나 부조화는 어느 한쪽의 책임이 아니다. 부부가 합심해 서로 사랑하며, 뜻을 함께해 공동으로 이루는 일종의 공동작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부관계는 부부모두의 책임이며 숙제이다. 정력제나 약에 의존하기 보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애정을 나누는 성실한 태도를 가지는 것만이 나이 들어서도 부부관계를 계속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허정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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