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네티즌에 발해 기상을 알린다/21세기 바다연구소 4명 발해건국 1,300년 맞아 3일 출발/노트북·햄통해 매일 생중계 TNC이용 첫 인터넷중계도 시도『뗏목에 첨단장비를 싣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제주도까지 1,244㎞ 바닷길을 탐사하면서 옛 발해인의 기상과 발자취를 더듬는다』 「21세기 바다연구소」(소장 장철수·38)는 발해건국 1,300주년을 기념해서 한국해양대, 러시아 극동대, 한국아마추어 무선연맹의 지원을 받아 「발해 뗏목탐사」에 나선다. 탐사대는 뗏목에서 국내는 물론 전세계 네티즌들에게 인터넷으로 항해장면 등을 생중계, 드넓은 만주땅을 차지하고 북동 아시아를 호령하던 우리 조상의 영광과 그 정신을 되살린다. 옛 고구려땅에 발해가 건국된 해는 698년, 내년이면 1,300주년이 된다. 탐사대는 고증을 통해 러시아에서 발해시대 뗏목을 직접 제작해서 타고 3일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출발, 동해를 따라 제주도까지 8일간 항해한다. 대원은 장소장과 21세기 바다연구소 회원 3명으로 구성됐다. 이덕영(45·수산업)씨가 항해, 이용호(35·사진작가)씨가 촬영, 임현규(28·해양대 4년)씨가 통신을 각각 맡는다. 이들은 역사적 탐사에 나설 뗏목을 「발해1300」호로 명명하고 현지에서 마무리 제작을 하고 있다.
▲탐사준비=장소장은 2년전 일본이 발해에 조공을 바치기 위해 다닌 뱃길을 직접 탐사하고 싶어 발의, 21세기 바다연구소 회원들의 동의를 얻어 준비에 착수했다. 회원들은 재원마련, 현지답사 및 학술연구 계획을 세웠다.
경비 일부는 장소장이 사재를 털어 충당했다. 통신장비, 의약품, 의류 등은 취지에 공감한 중소기업이 지원해줬다. 틈나는대로 바닷가를 찾아 훈련에 임했다.
장소장은 블라디보스토크를 4차례나 답사했다. 연해주 정부를 찾아가 항로선택에 가장 큰 장애였던 북한 해역 통과문제를 해결했고 러시아 극동대의 적극적인 협조도 약속받았다.
항해시기는 발해건국 13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추위를 무릅쓰고 발해시대의 1월에 해당하는 11∼12월로 잡았다.
10월 중순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탐사대는 뗏목을 건조하며 많은 문제에 봉착했다. 미리 주문해둔 통나무가 규격에 안맞아 다시 다듬느라 시간을 보냈다. 솜씨좋은 목수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혹한으로 작업에 차질이 빚어졌으며 통제도 심해 행동에 제약을 받았다. 임현규씨는 『말도 안통하고 규제가 너무 심해 항공편으로 도착한 수하물을 찾는 데 10일이나 걸렸으며 부품이 없어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항로 및 일정=3일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 크라스키노항까지 시범적으로 운항한 뒤 본격 항해에 들어간다. 크라스키노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서쪽으로 280㎞ 떨어진 북한 바로 위쪽의 항구로 일본과 거래가 있던 곳이다.
탐사대는 제주 성산포까지 1,244㎞(672해리)를 시속 3∼7노트의 속도로 항해한다. 8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기상과 조류변화에 따라 3∼7일 더 소요될 수 있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항해 5일째는 울릉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탐사대는 연해주에 살다가 60년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 타슈켄트로 강제이주 된 한인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연해주의 흙을 한라산에 가져가 「합토제」도 올릴 예정이다.
▲인터넷 중계=항해 상황은 노트북과 아마추어무선(햄)을 통해 하루 한두차례 인터넷에 생중계된다. 전화선을 쓸 수 없기 때문에 무선단파(HF)로 데이터 전송을 하는 햄장비(TNC)를 이용, 인터넷에 접속한다.
TNC를 이용한 인터넷 중계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다.
여의치 않으면 해양대 햄동아리와 하루 3차례 교신, 항해일지 등을 전달한다. 교신내용은 국내 인터넷담당인 송차식(35·창원경일고 교사)씨에 의해 인터넷 홈페이지(www.chollian.net/∼kyhs001)에 올려진다. 「발해항로 학술탐사개요」 「진행상황」 등을 알리는 속보게시판도 있고 시뮬레이션으로 제작한 뗏목도 볼 수 있다.
이들은 귀국하는대로 발해관련 자료와 뗏목탐사내용을 묶어 책으로 펴내고 뱃길 3,000리를 다큐멘터리로 제작, TV에 방영할 계획이다.
장소장은 『발해 뗏목탐사는 만주땅까지 영토를 넓히고 해양을 탐험해온 옛조상들의 기개를 다시 일깨우기 위해 기획됐다』며 『발해의 뱃길을 몸으로 체험, 발해사를 복원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전국제 기자 stevejun@korealink.co.kr>전국제>
◎뗏목 ‘발해 1300호’/길이 12m에 108m 2개 돛대/위성항법 장치 등 첨단장비 갖춰
「발해1300호」는 겉으로 보기엔 1300년전 발해인들이 타고 바다를 누비던 바로 그 뗏목이지만 탑재한 각종 장비는 최첨단을 자랑한다.
길이 12m, 이물(앞넓이) 6m, 고물(뒷넓이) 4m 크기로 발해의 뗏목과 똑같이 설계됐으며 10m, 8m짜리 두개의 돛대가 바람을 받는다.
항해의 길잡이는 첨단 장비들이 맡는다. 정밀한 나침반이 있지만 위성항법장치(GPS)가 뗏목의 현재위치와 항로를 자동적으로 찾아서 알려준다. 폭풍우를 만나 조난할 경우에 대비해 어디서나 레이더에 잡힐 수 있는 첨단 레이더 수신장비도 실었다.
첨단 통신장비들은 국내외 네티즌들에게 항해소식을 생중계한다. 노트북은 물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햄장비인 TNC를 탑재, 인터넷에 상세한 항해일지를 올릴 계획이다. 비디오 카메라는 항해 생활을 비롯해 통과 해역의 이모저모를 생생하게 담게 된다. 전원은 소형 발전기가 맡는다. 엔진도 없이 순전히 바람의 힘만으로 가는 「발해1300호」에는 탐사대의 목숨을 보장할 특별한 안전장치도 없다.
풍랑을 만나면 뗏목 밖으로 떨어질 우려도 있다. 그러나 장소장은 『뗏목은 파도와 같은 리듬으로 너울대기 때문에 좌초할 염려가 없고 파도를 뒤집어 써도 물이 금방 빠져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겨울바다의 매서운 추위가 가장 무서운 적이지만 기필코 싸워 이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탐험대장 장철수 소장/대학재학중 독도연구회장 맡아/88년 울릉도∼독도 뗏목항해
21세기 바다연구소 장철수 소장은 경남 통영이 고향인 바다 사나이. 한국외대 러시아학과 재학 중 독도연구회장이 되어 본격적인 바다 인생을 시작했으며 3년전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연구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장소장의 뗏목 탐험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88년 9월 울릉도와 독도사이를 뗏목을 타고 3일간 항해, 독도를 넘보는 일본을 향해 「시위」한 적이 있다. 『울릉도에서 독도가 육안으로 안보이기 때문에 한국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일본학자들의 코를 납짝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장소장은 뗏목 항해를 하면서 비가 내린 뒤 「이상투명현상」으로 울릉도에서 독도가 육안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장소장은 『이번 탐사가 건국 1300년을 맞는 발해사 연구에 불을 댕기고 「통일의 뱃길」을 놓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전국제 기자>전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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