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이 깡통 부르는 악순환 반복/“구제협상 끝나면 일단 진정기대”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태풍에 주식시장의 환금성이 결빙되어 가고 있다.
주식시장은 기업들엔 직접자금조달창구이자 투자자들에겐 여유자금 운용처다. 그러나 「파란불」(시세판의 하락표시) 일색의 현 증시는 액면가 미달종목이 속출, 상장·증자를 통한 기업자금조달기능이 이미 정지됐으며 투자자들 역시 보유주식을 매물로 내놓아도 매수자가 없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해를 바라보고 있어야만 하는 형편이다. 주식이 「돈」의 조달·교환역할을 하지 못하는 심각한 환금성위기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29일 장중한때 400선을 무너뜨리고 390선까지 추락한 종합주가지수는 정확히 10년5개월2일만에 최저치다. 지수로만 봐도 한국경제는 10년전으로 되돌아간 셈이고 경제규모확대와 기업수증가, 투자자확대 등 경제의 후퇴폭은 훨씬 뒤로 가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10월 중순의 600선 붕괴가 「기아주가」, 지난달말 500선 함몰이 「동남아주가」라면 400선을 위협하는 지금은 분명히 「IMF주가」다.
IMF가 몰고 온 고강도 긴축과 전면적 금융·산업구조조정의 불안감은 금리·환율의 동반폭등속에 중견기업들을 또다시 연쇄부도로 치닫게 하면서 증시참여자들의 투자심리를 극단적으로 냉각시키고 있다.
구조조정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기업부도행진은 이미 시작됐다. 29일 최종부도처리된 대선주조까지 이달중에만 13개 상장사가 부도를 냈다. 관리종목수는 96개(12월1일 편입될 대선주조 포함)로 전체 상장종목의 1할이 넘는다. 상장사 10곳중 한곳은 사실상 「죽은 회사」란 얘기다. 「IMF 프로그램하에서 강제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살아남는 금융기관, 기업이 과연 몇이나 될까」라는 비관적 전망은 투자자들의 매수의지를 완전히 꺾어놓고 있다.
금리·환율안정 없이 주가상승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개시후 긴축에 대비한 대기업들의 무차별적 자금확보와 금융기관들의 매수기피는 회사채금리를 연 18%, 기업어음(CP)유통수익률을 법정이자상한선까지 끌어올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에 대한 정부의 긴급자금수혈로 시장금리가 다소 낮아졌지만 내주초면 은행 투신의 매수여력은 다시 고갈돼 금리는 재폭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짧게는 IMF에서 돈이 들어올 내달초까지, 길게는 부실금융기관폐쇄 및 인수합병(M&A)이 마무리돼 해외차입과 만기연장이 정상화할 때까지 환율상승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금의 주식시장은 시장이 아니다. 지난 일주일간 거래량 1만주이하 종목이 전체상장종목의 20.5%인 1백97개나 됐다. 하한가를 치고도 하루에 1주도 거래되지 않는 종목도 일평균 59개에 달하고 있다. 담보부족 신용융자물량(약 1조6천억원)을 처분키 위해 증권사들은 저가의 반대매매에 나서고 있지만 사는 사람이 없어 주가는 더 떨어지고 담보부족물량은 더 늘어나고 투자원금조차 건지지 못하는 깡통계좌가 속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29일 현재 상장주식시가총액은 76조7천억원으로1년도 못돼 40조원이나 줄어들었다. 대우증권 강창희 상무는 『우선 구제금융협상이 빨리 마무리되고 구조조정기준이 발표돼 IMF에 대한 막연한 불안심리부터 제거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투자자들이 살아남을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즉 투자대상의 옥석을 가려내 최소한 매수심리는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징후는 나타나고 있지만 구조조정한파를 타지 않을 우량종목과 그렇지 못한 대다수 종목간 선별투자 및 주가차별화가 IMF시대의 주식시장모습이 될 것이란게 일반적 전망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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