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중·고 교과서에 실린 글들을 문제삼아 교육부에 삭제를 요청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빚고 있다. 대검 공안부 관계자는 28일 최근 이장희 외대교수 등의 이적표현물 수사 배경을 설명하면서 『중·고 교과서도 문제가 많다. 그동안 분석결과 문제가 되는 부분을 이미 교육부에 통보했다』고 말했다.검찰이 문제삼은 교과서의 글들이 무엇인지 관심이 쏠렸다. 실제로 중·고 교과서에 「공안당국이 보기에 문제가 많은 글들」이 실려있다면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확인 결과 문제의 글은 채만식의 「왕치와 소새와 개미와」(중1 국어), 신경림의 시 「가난한 사랑노래」(중2 국어), 유홍준의 「월출산과 남도의 봄」,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 고은의 「열매 몇 개」, 정지용의 「바다」, 이영도의 「진달래」(이상 중3 국어) 등 10여편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문제삼은 것은 글의 내용이 아니라 필자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월북작가나 현실 비판적인 시인의 글이 교과서에 실려 있는데 대해 검찰이 문제를 제기해왔다』고 밝혔다. 글의 내용은 편수과정에서 전문가의 심의와 의견수렴을 충분히 거쳤다는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예컨대 검찰관계자가 유홍준의 글중 「저놈의 전승탑만 보면 피가 끓는다」는 대목을 지적했지만 이 부분은 교과서에 실릴때 이미 삭제됐다.
검찰은 『다른 사람의 글이 많은데 굳이 문제있는 작가의 글을 교과서에 실을 필요가 있느냐』고 말하고 있다. 「검찰이 문제삼은 글」은 정부가 수년전에 해금했거나, 일반인들에게 널리 읽히는 작품들이다. 공안당국의 눈에 거슬리는 작가라는 이유로, 교과서에서 빼라고 요구하는 것은 검찰의 편협하고 경직된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구나 검찰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 내용을 스스로 밝히지 않아 정작 문제가 공론화하는 것은 꺼렸다. 공안기관으로서 떳떳지 못한 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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