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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국 어떻게 풀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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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국 어떻게 풀어야 하나

입력
1997.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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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먼저 변한후 민간 구조조정 유도를/대기업 문어발 경영방식 개편/금융기관 통폐합 등 금융개혁/유휴인력 운용방안 수립 시급외환시장 붕괴로 촉발된 경제위기는 우리 경제 전반에 대수술을 요구하고 있다. 초긴축정책과 금융개혁, 부실기업 정리 등 급속한 구조조정은 대량실업과 경기침체, 소득감소 등 엄청난 충격파를 몰고 올 전망이다. 멕시코의 선례에 비춰볼 때 충격을 이겨내고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발등의 불」인 외환시장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외화자금 확보가 우선적이다. 멕시코는 최초 200억달러를 융자받았으나 환투기가 극심해지자 달러를 추가로 빌려야 했다. 우리나라는 구제금융 규모가 500억달러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더 근본적 과제는 역시 경제전반의 구조조정. 급속한 변화로 인한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전반적이고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대세다. 서울대 경제학과 정운찬 교수는 『구조조정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이뤄져야 대내외적 신뢰를 얻고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준에 미달하는 금융기관과 기업은 과감히 도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의 핵은 문어발식 재벌경제구조의 개편. 중복과잉투자와 기업부실화의 근본원인이 외형적 확대에만 치중해온 대기업 경영방식에 있기 때문이다. 대량실직 등 상당한 부작용이 따르겠지만 경쟁력이 없는 한계업종을 반드시 잘라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대기업의 사업분야를 주력업종으로 전문화시키고 경쟁력있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육성, 경제 저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기업회계와 운영에 관련된 제반 법률을 국제기준에 맞게 고쳐, 변칙과 부실 운영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개혁은 더욱 시급한 과제다. 부실채권 정리와 금융기관 통폐합을 서둘러야 함은 물론 경쟁력이 없는 금융기관은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 대기업에 끌려다니는 비효율적 여신체제와 불합리한 금융관행도 제거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진입 및 퇴출장벽을 제거하고 철저하게 시장원리를 도입, 경쟁력을 가진 기관만이 살아남도록 하는 것이 한국금융의 살 길이다.

노동시장 문제도 심각하다. 신속한 구조조정과 감량경영을 위해서는 정리해고제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노동단체들은 노동자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구조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정리해고제 도입 이전에 유휴인력운용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 경제동향팀장은 『대량 감원은 사회 혼란을 불러오고 노동자들의 반발로 인해 구조조정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질수도 있다』며 『실직자의 전업 및 취업을 위한 교육·정보 시스템을 도입하고 유망분야로의 인력이동 촉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부문의 구조조정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솔선수범해 변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원 권순우 수석연구위원은 『시장경제원리와 민간의 창의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민간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간섭을 최소화하고 정부의 방만한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과감한 규제철폐와 정부조직 개편, 공기업 민영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여기서도 1,000여개의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공무원수도 대폭 줄여 민간의 긴축운영을 유도한 멕시코가 모범답안이다.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는 것도 위기극복의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국민적 이해와 합의다. 멕시코 주한 상무관실 이세원 시장분석관은 『노동자를 포함한 일반국민들의 이해와 동참 없이는 어떤 경제개혁조치도 성공할 수 없다』면서 『멕시코와 같이 정부와 기업, 노조간 협의회를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편』이라고 권고했다.<배성규 기자>

◎멕시코 경제회생의 핵 ‘노·사·정 협의회’/정부·기업인·근로자·농민 경제 4주체 대표로 구성/국민적 이해·합의 끌어내

멕시코 경제회생의 숨은 공신은 「정부-기업-노조 협의회」였다. 경제위기 돌파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국민적 합의와 이해를 노사정 협의회가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정부-기업-노조간 협의체의 전신은 87년에 출범한 「고용·안정·경쟁력을 위한 사회협약(PECE)」이었다. 사회협약으로 불린 이 기구는 정부와 기업인, 근로자, 농민 등 경제 4주체 대표로 구성돼 매년말 다음해 경제운용방향을 정했다. 협약의 대략적인 골자는 「정부와 기업은 물가안정에, 근로자는 임금인상 억제에 앞장선다」는 것.

IMF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이 협의회는 진가를 발휘했다. IMF가 요구한 공공요금 인상과 세수확대, 정부지출 축소 등 긴축정책은 필연적으로 물가상승과 임금인상 압력을 야기했는데 이를 노사정 협의회가 막아준 것. 정부는 『지금 500명을 해고하지 않으면 다음에는 2,000명을 해고해야 하며 결국에는 노동자 전부가 실직하게 될 것』이라며 노조를 설득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노동단체들도 정부의 호소를 받아들였다.

정부와 재계, 노동계 대표 각 3명으로 구성된 노사정 협의회는 95년 10월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과 임금 및 물가인상 억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경제회생방안(Agreement for Economic Recovery)」을 마련,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노사정 협의회는 매주 수요일 경제대책협의를 통해 모든 경제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하오 5시에 시작된 회의는 첨예한 의견대립으로 새벽녘이 돼서야 의견합의를 보기도 했다.

노사정 합의에 따라 국민들도 경제안정화정책에 적극 협력,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던 소비지출이 크게 감소했다. 정부는 국영기업을 대폭 줄이고 공무원수도 크게 감축, 감량경영에 솔선수범했다. 대량감원과 임금동결, 인플레이션 등으로 곳곳에서 반발이 일기도 했지만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잘 이겨냈다.

노사정협의회는 96년 10월에도 경제안정화정책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 멕시코의 경제회생에 다시 한번 큰 획을 그었다. 유가인상 등 대부분 경제정책이 협의를 거쳐야만 시행됐으므로 정책결정의 투명성과 국민적 합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경제살리기에 국민적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단기적인 경제악화와 불안요소에 흔들리지 않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었다.<배성규 기자>

◎멕시코 경제위기의 원인/정정불안과 경제정책 실패가 도화선/농민 무장봉기·잇단 정치적 암살/섣부른 금융개방·고페소화정책이 복합

94년 멕시코 경제위기는 당시의 정치·사회적 불안과 경제정책의 실패 등이 도화선이 됐다. 80년대 말 이후 경제개혁에서 소외되어 혜택을 받지 못했던 농민들이 94년 1월 치아파스지역에서 무장봉기를 일으킨 뒤 게릴라 활동을 통해 정부에 대항하면서 사회 불안감이 고조됐다. 3월에는 집권당인 제도혁명당 대통령후보 도날도 콜로시오가 피살되고 9월에는 집권당 대통령후보였던 에르네스토 세디요 현 대통령의 정치고문이 살해되는 등 일련의 정치적 암살사건으로 위기가 조성됐다. 이 때문에 국가위험도가 크게 상승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자본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멕시코의 환율 정책도 문제였다. 멕시코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페소화 고평가 정책을 유지해왔으나 경상수지적자가 늘어나고 물가안정에 대한 효과도 미미해짐에 따라 페소화 평가절하 압력을 받아왔다. 그러나 멕시코정부는 환율정책 개혁을 계속 미뤄왔다. 당시 대통령이던 살리나스의 욕심때문이었다. 그는 평가절하를 할 경우 이로 인한 경제 혼란이 자신이 출마했던 세계무역기구(WTO)사무총장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 차기 정권으로 평가절하를 미뤘고 이 바람에 멕시코 외환문제는 곪을 대로 곪아버렸다. 살리나스는 정권이 바뀐뒤 거액의 부정축재사실이 밝혀지면서 해외로 망명했다.

경제수준에 맞지 않는 개방정책도 경제 위기를 촉진시켰다. 멕시코는 경제적 기반이 튼튼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무역과 자본자유화를 급속히 추진했다. 그러나 자본자유화로 들어온 돈은 기대와는 달리 실물투자에 집중되지 않고 엉뚱하게 소비쪽으로 흘러들어갔다. 또 국가간 금리차이에 의한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단기자금의 유출입이 급격히 증가, 멕시코 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대외의존도를 가중시켰다. 90∼93년 외국인 투자자금중 단기자금의 비중이 80%를 차지했다. 살리나스 전 대통령의 경제치적으로 선전되었던 북미자유무역헙정(NAFTA)과 OECD의 섣부른 가입은 거꾸로 수입증가를 초래해 무역수지적자만 크게 확대되어 버렸다.

그나마 94년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멕시코의 정정불안 등으로 투자자금 유입이 둔화하고 이미 들어온 투자자금도 유출되기 시작했다. 불안감을 느낀 멕시코 정부가 미 달러화 연동 단기국채를 과다하게 발행, 이에 따른 상환부담 증대로 국제금융시장에서 멕시코의 채무불이행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멕시코 금융기관 역시 투자분석을 게을리하면서 기업이나 가계 대출을 확대, 엄청난 부실 채권을 떠안게되는 등 위기일발의 상태로 치달았다.<조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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