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반발… 해법싸고 정면대치청와대가 29일 대선후보들의 금융실명제 보완·유보 및 긴급재정명령 발동요구를 일축함으로써 대선정국의 와중에서 정치권과 청와대가 경제위기 타개책을 놓고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국민회의는 청와대의 방침을 강하게 비난하고, 독자적으로라도 해법을 찾겠다는 자세다. 한나라당 권오을 선대위 대변인은 『김영삼 대통령이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국가 부도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은 『청와대가 법조문을 나열하며 빠져나갈 구멍만 찾고 있다』며 『며칠만 미루면 경제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자세는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이 선거의 최대쟁점으로 부상한데다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 공방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각후보진영의 YS차별화 전략까지 겹쳐있어 정치권의 공세에 좀처럼 제동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다.
▷긴급재정명령권 발동◁
청와대측이 긴급명령권 발동을 거부한 데 대해 한나라당과 국민회의는 일제히 반발하면서 재고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서상목 대선기획본부장은 『심리적 안정을 위해 고단위 처방을 해야한다』며 명령권 발동을 거듭 촉구했다. 국민회의측은 김영삼 대통령이 이를 수용치 않을 경우 국회 차원의 비난 결의와 탄핵소추까지 추진하겠다는 최후 통첩을 이미 내놓았다.
반면 국민신당은 대체로 청와대측의 태도에 수긍하는 입장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국민신당의 한이헌 정책위의장은 『대통령 긴급명령이든, 금융단 협의방식이든 빠른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시장원리에 비춰볼 때 금융단 협의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금융실명제 보완·유보 한나라당과 국민신당이 실명제에 대한 보완 입법을, 국민회의는 국제통화기금(IMF)관리 기간에 전면 유보를 통해 지하자금을 산업자금으로 흡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완 방법은 3당3색이다. 한나라당은 가능한 한 이른 시일내에 국회를 소집, 가칭 금융거래의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기명 장기채 발행, 예금자 비밀보호 등이 골자다. 국민회의측은 『촉박한 자금사정을 감안할 때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입법추진은 비현실적이고 한가한 방법』이라고 비판하며 실명제에 관한 대통령 긴급명령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법과정에서 각 계층의 이해관계가 대립할 것이 분명한 만큼 IMF 구제금융을 상환할 때까지 효력을 정지시키는 비상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신당역시 금융실명제가 경제위기의 주원인중 하나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국민신당은 그러나 정부와 각당의 대표들로 구성된 실명제 대책협의회를 구성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은 중소기업과 벤처 기업 지원을 위해서만 무기명 장기채 발행을 허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대출 상환유예◁
전경련이 기업의 대출금 상환 유예를 요구하자 3후보 모두 이에 호응했다. 한나라당은 성명에서 『기업에 대한 한시적 대출자금 상환유예와 한은특융을 내용으로 하는 긴급재정명령을 발동하라』고 요구했다.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건실기업에 대해 6개월간 대출금 상환을 유예하고, 금융기관의 부담을 덜기 위해 한국은행의 지원을 요구했다. 국민신당은 대기업을 제외한 기업들에 상환금을 1년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신당 역시 유예 대상을 건전기업에 국한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정치권은 특히 IMF측이 대출금 상환 유예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기때문에 조속히 대통령 긴급명령을 발동, 이를 기정사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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