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좌·우 동거정부의 쌍두마차인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리오넬 조스팽 총리간에 격렬한 상호 비방전이 벌어져 프랑스정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포문은 시라크 대통령이 먼저 열었다. 시라크 대통령과 조스팽 총리는 지난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럽연합(EU) 고용 정상회담에 함께 참석했다. 이 회담에서 조스팽 총리는 사회당정부가 추진중인 대책들을 「자랑스럽게」설파했다. 젊은이 35만명 일자리 창출계획, 주 35시간 근로제 도입계획 등.
시라크 대통령은 이같은 정책들에 강력히 반대해온 입장. 그럼에도 동거정부에서 경제사회정책은 총리의 전권사항이어서 질질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처지였는데 외교무대에서조차 조스팽 총리에게 압도당하자 「칼」을 뽑았다. 21일밤 각국 정상들에게 돌린 서한에서 조스팽총리의 대책들을 겨냥해 『환상을 좇는 무모하고 위험한 실험』이라고 맹비난했다. 조스팽 총리의 격분은 불문가지. 그러나 조스팽은 회담기간내내 꾹 참고 견뎠다.
조스팽 총리의 반격은 귀국하자마자 터져나왔다. 조스팽은 23일 사회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직격탄을 쏘았다. 시라크가 올해 조기총선의 도박을 걸어 참패한 사실을 빗대 『무모한 실험은 정치에서도 일어난다. 4월 의회해산에서 시작된 무모한 실험(조기총선)과 환상은 좌파의 승리로 해소됐다』고 빈정댔다. 조스팽의 이같은 「감정적 보복」에 대해 사회당측은 속이 후련하다는 듯 박수를 쳤고 시라크대통령의 우파측은 당 지도자들이 TV 등 언론매체에 나와 『조스팽이 너무 교만하다』며 성토전을 폈다.
시라크와 조스팽은 지난 6월 동거정부 출범이후 줄곧 잡음을 빚어왔으나 이번처럼 감정적인 대폭발이 일어나기는 처음이다. 이번 사태를 1면 톱으로 대서특필하고 있는 프랑스 언론과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서는 동거정부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시라크 대통령이 내년이후 국회를 다시 해산하고 총선을 단행하려는 유혹에 처해있다고까지 관측하고 있다.<파리>파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