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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홍덕기 기자 ‘유럽입자물리연’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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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홍덕기 기자 ‘유럽입자물리연’을 가다

입력
1997.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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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근원물질 연구 입자물리학의 메카/54년 유럽 12개국 공동/스위스에 설립 연구소/과학두뇌 2,800명 집결/올예산만 6,400억원스위스는 세계최고의 과학인재가 모여 인류발전을 위해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를 자랑한다. 21세기 최첨단 과학을 이끌어 갈 CERN은 54년 유럽의 12개나라가 모든 과학의 기초를 제공하는 「입자물리학」을 연구하기 위해 설립한 국제공동연구소이다.

한국일보사는 정보과학부 홍덕기 기자를 스위스에 파견, CERN의 이모 저모를 취재토록 했다.<편집자>

유럽의 자존심 「CERN」은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이 맞닿은 제네바 서쪽 「유라」(JURA)산의 드넓은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도심에서 택시로 10분 거리에 있는 광활한 평지에 자리잡은 웅장한 연구동들이 세계적 명성과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CERN은 스위스가 미국 러시아 등을 제치고 물리학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이곳에서는 「소립자」 등 우주 삼라만상을 구성하는 근원물질을 밝혀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레웰린스미스 소장은 『CERN은 2차 세계대전 직후 과학기술의 중심이 미국으로 편중되는 상황에서 「유럽과학의 재건」을 기치로 설립한 연구소』라며 『CERN은 89년 세계 최대의 입자가속기인 총연장 27㎞의 「전자·양전자충돌가속기」(LEP)를 건설, 전세계 물리학계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LEP는 지하 70∼200m 깊이에 총연장 27㎞의 규모로 만들어진 가속기로 전체 길이의 4분의 1은 스위스 땅밑에, 나머지는 프랑스 지역에 위치, 유럽국가의 단결을 상징하고 있다.

레웰린스미스 소장은 『LEP 등 연구소의 각종 장비는 세계 80개국, 500여개 대학의 연구진이 이용할 만큼 첨단을 자랑한다』며 『전세계 물리학자의 절반 정도인 6,500여명이 CERN의 장비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최근 회원국가가 유럽 19개국으로 늘어난 CERN은 현재 2,800여명의 정예 연구원을 확보, 올해 6,424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으로 21세기를 여는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은 초전도현상을 이용한 「대형강입자가속기」(LHC) 건설계획. 2005년까지 지하 70∼200m 깊이에 총연장 27㎞의 고출력 입자가속기를 건설, 우주만물의 근본물질로 알려진 「힉스」(Higgs)의 존재를 규명할 계획이다. 힉스는 우주가 빅뱅에 의해 생겨났을 당시 모든 물체가 무게를 가질 수 있도록 한 입자. 물리학자들은 DNA발견이 생명의 수수께끼를 푼 것 처럼 힉스의 규명이 우주생성의 비밀을 알아내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제네바=홍덕기 기자>

◎‘힉스’를 찾아라/94년부터 세계최대가속기 LHC건설 박차

우주의 근원물질인 「힉스」(Higgs)를 찾아라. CERN의 과학자들에게 떨어진 특명이다. 힉스는 우주가 빅뱅에 의해 처음 생겨났을 때 모든 물질생성의 근원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 미지의 입자. 물리학계는 오래전부터 강력한 입자가속기를 만들어 힉스 규명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CERN은 이 미지의 입자를 밝혀내기 위해 94년부터 20억달러를 들여 세계 최대의 「대형강입자가속기」(LHC)를 건설하고 있다.

레웰린스미스 소장은 『LHC는 입자가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통로인 가속기관을 초전도 자석으로 둘러싸 입자의 가속에너지를 14조 전자볼트(eV)까지 증가시킨 뒤 입자를 대형 검출장치에 충돌시키도록 특수 설계됐다』고 작동원리를 설명했다. 1전자볼트는 전자 1개에 1볼트(V)의 전압을 걸어 줄때 그 전자가 갖는 운동에너지의 크기로 14조 전자볼트는 원자폭탄에서 원자핵 하나가 핵분열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의 1,000만배에 달한다.

LHC는 결국 이 엄청난 에너지로 이동하는 입자가 거대한 자석으로 된 검출장치와 충돌할 때 생겨나는 다양한 현상을 분석, 힉스의 존재를 찾아내는 것이다. 특히 초전도 자석으로 둘러 싸여진 LHC의 가속기관은 액체 헬륨으로 섭씨 영하 271도까지 냉각, 입자의 이동저항을 최대한 줄이게 된다.

한국인 최초의 CERN연구원 김석환(33) 박사는 『지난해말 50m 길이의 시험용 가속기를 제작,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며 『이제는 가속기관이 27㎞으로 늘어나도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 안정성 연구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레웰린스미스 CERN소장/“LHC 프로젝트 일 등 역외국에 개방/입자검출장치 사업 한국도 참여가능”

유럽공동체(EU) 의장에 버금가는 권위가 인정되는 크리스토퍼 레웰린스미스(55) CERN소장은 『앞으로 CERN의 각종 프로젝트에 한국 과학자들도 활발히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67년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이론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94년부터 CERN소장으로 재직중인 그를 만나보았다.

―CERN은 유럽국가만 참여토록 된 창립이념을 깨고 LHC 프로젝트에 일본 등 역외국가의 참여도 허용하고 있다. 한국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가.

『최근 LHC 프로젝트에 전세계 국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방침을 변경했다. 일본은 현재 80만 달러의 연구비를 내고 LHC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중 27㎞의 가속기관 건설사업은 이미 계획이 확정됐다.

그러나 앞으로 진행할 입자 검출장치 제작사업 등은 한국을 비롯한 다른나라에게도 문호를 열고놓고 있다』

-한국 과학자나 학생들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이 있는지.

『CERN에는 세계의 유능한 과학자를 위한 장학생 연수제도가 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여름학교도 운영중이다. 한국의 과학자들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CERN은 노벨상의 산실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과학기술계가 노벨상 수상자를 내려면 무엇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현재 CERN에는 새무엘 팅박사 등 4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 육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젊은 과학자들을 상대로 재정적인 지원을 상당기간 집중하면 성과를 얻을 것이다』<홍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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