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 후보를 낸 주요 정당 가운데 가장 오래된 정당은 국민회의이다. 창당한지 2년 3개월이 채 못된 국민회의가 가장 오래된 정당의 「영예」를 안았다. 29일을 기준으로 할 경우 제1당인 한나라당은 탄생한 지가 고작 8일, 국민신당은 출범한지 25일 밖에 안됐다. 태어난지 3년도 안된 신생정당끼리 집권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50년 헌정사를 지녔다는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김영삼정권이 출범할 때 있었던 정당은 하나도 없다.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자당은 우여곡절끝에 신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꾸더니 이마저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스스로 간판을 내렸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국민회의가 분당해 나가면서 미니정당으로 전락했다가 결국은 신한국당에 흡수됐다. 당명을 기준으로 할 경우 한국의 정당정치는 신생정당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다. 이러고도 의회정치와 함께 민주주의의 양축을 이루는 정당정치가 우리나라에 정착됐다고 할 수 있을까. 총선때 후보공천만을 위해 생겼다가 선거가 끝나면 사라져 버리는 철새정당과 포말정당이 대선에도 등장했다고 한다면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헌법은 정당을 주요 기관으로 인정하고 해산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활동을 특별히 보호한다. 정당에는 상당한 액수의 국고보조금까지 지급된다. 정당은 국가에 의해 보호되고 나아가 육성되고 있는 것이다.
정당은 특권을 누리는데 비례해 책임과 의무도 크다. 민의를 성실히 대변해야 하고 정치활동을 통해 국가경영에 참가하고 잘못되면 책임도 져야한다. 정당에 가해지는 가장 냉엄한 심판은 역시 선거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구제금융요청 등 경제파탄이 한일합방이후 최대의 국가적 수치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대선전 초반부터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책임을 지겠다는 정당은 없다.
국민회의와 국민신당은 여당이 뿌리인 한나라당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탈당을 한데다 여당인 신한국당은 없어졌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반박한다. 이번선거에 관한 한 정당정치는 실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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