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 팽창사업연관성 외면한채 영역확장/무리한 부채부채평균 333%로 “빚더미 경영”/IMF 쇼크자금 일시회수·소비위축에 좌초한동안 잠잠해지는 듯하던 기업부도가 「국제통화기금(IMF)쇼크」로 다시금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IMF의 긴급지원자금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근간을 튼튼하게 해주는 약이 되겠지만 당장 우리 산업에는 고속 압축성장기의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금단현상」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팽창지상주의에 사로잡혀 무한질주를 계속해온 경영행태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일어나는 필연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우리 기업들은 「무엇이든 만드는 대로 팔 수 있다」는 믿음아래 「사업다각화」라는 명목으로 과투자와 오투자의 오류를 범해왔다. 최근 며칠새 부도가 난 기업들 역시 예외를 찾기 힘들다.
27일 부도난 금경은 의류업체에서 출발, 목재사업에 진출하면서 외형이 급성장했지만 금융권이 손을 놓자마자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같은날 부도가 난 부흥도 신사복 전문수출업체로 출발했지만 전혀 사업연관성이 없는 식품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다 현금흐름이 막혀 무너졌다. 전날 무너진 수산중공업은 중장비전문제조업체로 나섰다가 정보통신 조선 해운업 등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부문에까지 뛰어들면서 투자자금 조달에 허덕이다 좌초했다. 앞서 한보 삼미 진로 대농 기아 해태 등 굵직굵직한 대기업들도 모두 적게는 수개에서 많게는 수십개씩의 계열기업을 거느리고 사업을 무한정 확대해온 끝에 무너지고 말았다.
기업의 사업확대에는 예외없이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무리한 차입이 뒤따랐다.
그 결과 올상반기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평균 3백33.8%에 달했다. 경상이익률은 겨우 1.4%에 머물면서 금융비용 부담률이 6.8%에 달하는 기형적인 차입경영행태가 정착된 것이다. 이같은 차입경영구조는 지난해보다도 오히려 더 악화한 것이어서 자발적인 구조조정노력이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IMF에 의해 구조조정의 첫 타깃으로 지목된 금융기관들이 생존의 몸부림에 나서는 상황에서 이처럼 취약한 구조의 기업들이 부도를 피하기 힘든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특히 제2금융권의 단기자금을 무모하게 장기 사업자금으로 끌어들였던 기업들은 은행의 대출이 중단되고 종합금융사들의 자금회수가 본격화하면서 무력하게 무너지고 있다.
여기에 극도로 위축된 소비심리도 기업부도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소재 대형백화점의 매출은 21일 IMF구제금융신청 이후 일주일도 안돼 20%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구조조정 진행에 따라 특히 의류 자동차 가전 여행 등 일반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의 경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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