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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이유모를 극도 공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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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이유모를 극도 공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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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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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경고 반응이 잘못 작동 특별한 위험·자극없이 식은땀·두근거림 등 죽을 것같은 긴박감 발생/국내 성인환자 30여만명 경제불황과 관련성 관심42세인 A씨는 활동적인 기업인으로 지금까지 10년간 중소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그런데 올봄 어느날 사우나를 하고 휴게실에서 TV를 보던 중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20여분간 심상치 않은 공포감에 사로 잡혔다가 가까스로 진정됐다. 즉시 병원을 찾아 종합검진을 받았으나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 후 1개월쯤 지나 지방출장을 떠났다. 기사가 모는 승용차를 타고 고속도로에 진입했으나 차가 워낙 많이 밀려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신문을 읽고 있던 A씨는 갑자기 식은 땀이 흐르고 가슴이 뛰면서 숨이 답답했다. 한달 전 겪은 어지럼증도 다시 느껴졌다. 그러자 겁이 덜컥 나면서 신체에 어떤 위기가 닥쳤다고 생각했다. 심장마비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차를 갓길로 몰라고 지시한 뒤 다음 출구에서 빠져나가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3일간 입원해 심장내과 의사의 철저한 검사를 받았으나 심장기능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A씨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극도의 공포감을 경험한 이후부터 그의 삶 전반에는 커다란 변화가 초래됐다. 신체적으로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의사가 진단해도 「죽을 것만 같은」 위기상황이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예측불안 때문에 그의 생활은 비굴할 정도로 「안전위주」와 「자기보호」일변도로 흘렀다. 신체에 약간의 변화만 느껴져도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큰 위험이 있는 병의 전조같이 확대해석하는 것이었다. 버스나 비행기, 심지어 승강기를 타는 것도 무서워질 뿐아니라, 큰 병원이 없는 지방에는 출장도 가지 못했다. 혼자 집에 있는 것도 불안했다. 삶의 활동반경이 크게 축소되다 보니 스스로 한심한 생각이 들어 우울증까지 생겼다.

그의 삶이 이렇게 변한 것은 바로 「공황장애(Panic Disorder)」라는 병 때문이다. 10여년 전까지 이 병의 정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공황장애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상상외로 많은 사람이 이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공황장애는 만성경과를 밟는 데다 평생유병률이 성인의 1%에 이르기 때문에 국내에만 약 30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환자의 대부분은 자신의 증상을 심장병, 호흡기질환, 뇌질환, 소화기계통의 질병 등으로 의심, 각종 불필요한 검사를 되풀이하면서 막대한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공황장애는 공황발작에 의해 일어난다.

공황발작은 특별한 위험이나 자극, 스트레스가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신체의 경고반응이 작동, 자율신경계통의 신체변화를 초래하는 현상이다. 그래서 식은 땀이 나고 가슴이 답답해지며 심장이 두근거리고 빨리 뛴다. 머리가 휑하고 어지러워 지면서 파국에 이르러 정신을 잃든지,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으로 죽을 것같은 긴박감을 느끼게 된다. 손발이 차고 마비되는 감각까지 겹치면 최악의 상황이 된다. 이런 경험은 뇌리속에 깊이 각인돼 어떤 계기로 회상을 할 때마다 즉시 불안감을 유발한다. 공황발작시 겪는 전형적인 증상은 13개가 있다. 이 중 4개이상을 동시에 경험하면 틀림없는 공황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그러면 공황발작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인체의 위기에 대한 경고반응이 왜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것일까. 이는 경고반응을 터뜨리는 인체내의 문턱이 낮아지거나, 이 반응을 관장하는 중심체가 어떤 이유로 인해 예민해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흥미있는 것은 10년 전만해도 존재조차 몰랐던 공황장애가 병으로 인정받은 뒤부터 전체 정신과 외래환자의 46%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는 사실이다.

급변하는 사회와 개개인이 겪는 치열한 경쟁, 그리고 최근의 경제불황에 따른 명퇴와 조퇴, 정치적 혼란 등 현실적 위협은 과연 개인의 불안감 증가와 관계가 있는 것일까. 아직까지 자세한 종적인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확언할 수는 없지만 현재 우리 사회가 겪는 경제불황의 심리적인 위기감과 공황장애 환자의 사고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공황장애 환자는 우선 현재 겪고 있는 위기에 대해 자신은 대처능력이 없다고 단정하고, 동시에 스스로 조정력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종국에는 큰 재앙이 닥친다는 생각이 자꾸 떠올라 무기력해진다.

또 파국이 올 것이라는 예측 때문에 모든 일반적인 위험신호를 과장해서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하던 신체변화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증상으로 느끼는 것이다. 자신이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당장 그 자리만 피하면 된다는 회피행동도 나타난다. 즉 장기적인 구제책을 계획하기 보다는 우선 안심할 수 있고 즉시 효과가 있는 것만 찾는다.

현재 우리가 겪는 경제불황은 지표 하락이 너무 급격해 다분히 공황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개개인의 위험에 대한 예민도를 높여주고 있다. 우리 경제의 비효율성과 자체조정능력의 상실이 사회 전반의 불안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확실한 통제권을 보여주는 지도자가 다각적인 대응정책을 만들어 발표하고, 자신부터 솔선수범하며 정책을 추진해 나가면 사회 전반의 공황의식은 회복될 수 있다.

이는 공황장애 전문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치료전략을 수립, 환자에게 제시할 경우 예민성이 호전되고 스스로의 통제력을 발휘할 용기가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공황장애 고치려면/아무런 위험 없다는 사실 이해시킨후 약물·특수상황 노출 등 종합치료

공황장애는 전문의가 환자 개개인에 맞는 포괄적인 치료계획을 세우고 직접 치료과정에 참여하는 책임감있는 태도를 보여야 효과가 보장된다. 다각적인 치료계획에 포함되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공황장애가 어떤 성격의 병이고 어떤 증상을 나타내는지 철저히 이해시켜야 한다. 이같은 교육을 통해 공황발작시 경험하는 신체감각들이 인체에 아무런 해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둘째, 일단 약물치료로 공황발작시 경험하는 심한 불안을 차단해야 한다. 여기에는 알프라졸람 등의 약물이 사용된다. 약물을 사용할 때는 공황장애 치료경험이 풍부한 의사의 지침을 따르는 게 매우 중요하다. 약물 용량의 조절이나 다른 치료법과의 병합 등은 쉽지 않은 과제이며, 약물치료는 종합적인 치료의 일부로 그 역할이 규정돼야 한다.

셋째, 환자들이 갖고 있는 특유한 인지내용을 파악하고, 그 내용 중에서 불안을 조장하는 것들을 추려내 교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공황장애 환자는 아무리 조그만 위험신호라도 확대 해석하고, 그 위험이 파국에 이를 것으로 믿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축구 한·일전을 보면서 흥분한 탓에 심장박동이 빨라졌다면 일반인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길 것이다. 그러나 공황장애 환자는 자신의 심장이 멈추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 불안감이 증폭된다.

넷째, 신체감각에 대한 감응훈련이다. 공황장애 환자는 조그만 신체변화, 예를 들어 숨이 답답해지면 호흡을 도와주는 근육, 골격 등이 비정상적으로 긴장돼 「숨을 더 이상 쉴 수 없다」고 느끼는 지경에 이른다. 따라서 훈련을 통해 신체의 이상감각을 견뎌내고, 별로 위험하지 않은 자극으로 느낄 수 있도록 숙달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섯째, 공황발작이 일어날 가능성 때문에 어떤 특수한 상황에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또 이런 장소에 가는 것을 회피하는 행동도 교정해야 한다. 공황장애 환자는 고속버스, 지하철, 비행기 등의 탑승이나 백화점같은 사람이 밀집된 장소를 피하고, 위급시 자신을 구해줄 사람이 옆에 있어야만 안심한다. 특히 시골에는 응급실이 설치된 종합병원이 없기 때문에 두려워서 가지 못한다. 따라서 불안감을 느끼는 장소에 환자를 일정기간 노출시키는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이상 다섯가지 치료법이 환자의 특성에 따라 배합돼 종합적인 치료로 실천되면 환자는 회복단계에 들어서게 된다.<이호영 아주대 의대학장·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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