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납적 논리 “말하자면” 필수김대중/문어체 많고 “그러고요” 습관이인제후보들의 말투는 각자의 정치적 주장만큼이나 제각각이다. 살아온 역정과 생각이 다른 만큼 습관적으로 즐겨쓰는 말버릇들도 다양하기만 하다.
이회창 한나라당후보는 대체로 정확한 어법을 구사하며 일단 말을 꺼내면 얼버무리는 법이 별로 없다. 절제되고 정제된 표현을 사용하는 이후보의 습관은 이후보의 신중하고 조심스런 성격에다 30여년간 법관을 지낸 데서 기인한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은 다른 한편으로 다소 「답답한」 느낌을 준 것도 사실이었다. 판결문처럼 논리의 흐름을 중시하다 보니 설명이 길어지고 핵심이 금방 떠오르지 않아 『말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보는 요즘 갈수록 급박하게 돌아가는 주변 상황속에서 바로 결론에 접근하는 직설적 화법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확신이 있는 대목에서는 「참으로」 「솔직히 말해」 「분명히 말씀드리지만」이라는 접두어를 자주 쓰며 생각이 필요할 때면 「그건 이렇습니다」라며 잠시 뜸을 들이는 습관이 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김대중 국민회의후보의 어법은 귀납적이고, 반복적인 게 특징이다. 논리와 인과관계를 중시하는 그는 『첫째… 둘째… 셋째…』라는 식으로 논거를 먼저 제시한 뒤에 결론을 말한다. 그리고는 반드시 결론을 다시 부연해 설명한다. 때문에 김후보는 『어쨌든, 말하자면』과 『여하튼, 다시 말하면』 등의 접속사를 필수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이라는 말도 김총재의 어투상 빠질 수 없는 접속사다.
또 자신의 생각을 설명한 뒤 『그렇게 해가지고…』 『이렇게 해서…』라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습관화해 있다. 사투리는 심하지 않으나, 억양과 몇 개의 단어들을 고집해 쓰고 있다. 『인자(인제)』 『땅금(땅값)』 등이 대표적 사례. 대중연설에서는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라고 호응을 유도하는 방식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유승우 기자>유승우>
이인제 국민신당후보는 문어체를 많이 쓴다. 글에 대한 관심이 어투에 반영된 결과다. 중·고교 시절에는 웅변원고를 직접 쓰고 문예지에 응모도 했을 정도로 문학과 문장에 관심이 많은데, 그러다보니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지나치게 어렵다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쓰는 단어는 「그러고요」 「하고요」 등을 빼고는 거의 없다. 이 역시 오랜기간 스스로의 언어를 다듬어온 결과다. 국민신당의 캐치프레이즈인 「젊다 강하다 희망이 있다」도 이후보가 직접 만들었다. 「정치명예혁명」도 마찬가지다.
이후보는 언변도 언변이지만 웅변쪽이 더 탁월하다는 평을 듣는다. 타고난 목청에 애드리브 등 순발력이 뛰어나 어떤 형태의 연설도 잘 소화해낸다. 연설을 할 때 어미를 길게 빼어 말하는 습관이 있는데, 호흡과 음률조절을 위한 웅변기법이란 게 주변의 설명이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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