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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 도산」 안일어나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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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 도산」 안일어나게(사설)

입력
1997.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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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자금난이 심상치 않다. 자금공급원인 사채시장, 증권시장, 은행 등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에 따른 긴축경제·금융대개편(빅뱅)·경제구조조정 등 경제대변혁에 대비, 자금공급을 대폭 제한함으로써 자금난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가 26일 발표한 증시 및 금융시장안정대책에 따라 27일 금리가 다소 떨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것이 안정세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한은의 자금공급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생각되고 있는데다가 여유있게 공급해도 종금사·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정체, 자금이 기업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은의 자금공급은 금융위기 상황을 맞아 어느 때보다도 신축성을 발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자금난을 풀려면 우선 금융기관에서의 정체를 해소해야 할 것이다.

종합금융회사와 은행들은 재벌그룹들의 연쇄적인 도산과 동남아의 통화위기 등으로 30조원내지 40조원에 상당하는 천문학적인 부실 채권을 안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부실채권정리와 금융산업구조조정계획에 따라 명운이 좌우되게 돼있다. 살아남기 위해 재무구조개선과 영업실적 향상에 경쟁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는데 이것이 엉뚱하게도 대출억제나 채권매입자제로 나타나고 있어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신규대출을 기피하는 것도 물론이고 기대출금의 대출연장거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기업에 위협적인 것은 이 연장거부다. 재무구조가 구조적으로 취약한 우리기업들로서는 기대출금의 상환연장이 거부되면 도산하지 않을 기업이 거의 없다고 하겠다.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흑자도산이다. 당해 기업으로서나 국가경제차원에서 기업들이 생존할 능력이 있는데도 일시적으로 현금이 부족하여 도산하는 것은 손실이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무더기 흑자도산사태는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정부는 금융기관의 경직된 여신운영을 완화토록 유도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사활과 관련된 등급판정기준을 기업자금난해소와 연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히 기대출금의 상환연장은 당해기업이 도산의 위협이 없다고 판정되는 한 원칙적으로 관행대로 허용돼야 할 것이다.

회사채발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채권시장의 저조로 우량대기업그룹 계열사의 회사채까지 거래가 중단되는 상태다. 기업들은 사채를 새로운 사채를 발행하여 원리금을 상환하는 차환발행을 해왔는데 이것이 불가능하거나 극히 여의치 못하다. 또한 전환사채의 경우도 당해종목의 주가가 전환가격을 밑돌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현금 상환을 요구, 자금수요를 증폭시키고 있다. 더욱이 12월 만기 회사채의 규모가 일반사채 1조2,440억원, 전환사채미전환분 1조1,250억원 등 모두 2조3,600여억원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금융시장안정화대책에 따라 차환발행에 따른 수요가 어느 정도 해소될지 모르겠다. 부담을 덜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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