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출이 상책” 은행들은 복지부동은행을 비롯한 주요 금융기관의 기업대출이 사실상 동결됐다. A은행 임원은 『내로라하는 주요 재벌그룹들이 부도리스트에 올라있는 상황에서 신규 기업대출을 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며 『대부분의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 기준을 맞추기위해 대출을 동결했고 일부는 신규대출을 중단한 채 기존대출금을 조기회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B은행 임원은 『극히 적은 물량의 초우량기업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외에는 자금을 운용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실규모가 큰 은행들은 막대한 대지급금 지출과 자금조달규모의 축소로 제 몸 추스르기에도 급급한 상태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대출을 잘못했다가 사고가 나면 기관은 물론 담당실무자들이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인데 누가 모험을 하려하겠느냐』며 『무대출이 상책』이라고 강조했다.
시중에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이 시중자금난을 풀기위해 푼 돈은 현재 4조원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자금흐름의 맥이 끊기면서 돈이 기업으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
부실여신과 외화차입난으로 안팎에서 자금압박을 겪어오던 종금사들이 강제 구조조정조치가 임박하면서 사활을 걸고 기업들로부터 자금회수를 시작하면서 기업자금난은 극에 달하게 됐다. 종금사들은 자금력이 약한 기업들로부터 여신을 회수할 경우 기업부도로 인한 피해가 되돌아올 것을 우려, 우량 대기업들부터 우선적으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종금사들의 CP 할인금액은 지난달말 84조3천1백억원이었으나 24일 현재 82조5천9백억원으로 1조7천2백억원이나 줄었다. 외화신규영업이 중단된 종금사들은 은행들이 콜자금 지원마저 꺼리는데다 고객들의 예금인출사태 조짐까지 보이면서 자금을 최대한 확보해야 할 긴박한 형편에 처한 상태이다.
이들 8개 종금사들의 신규 외환업무 중단이후 이들 종금사와 거래하는 기업들이 포함된 부도리스트가 공공연히 나도는 상황이다. 실제로 외환업무가 중단된 모 종금사가 급격히 여신을 회수하는 바람에 25, 26일 2∼3개의 그룹이 졸지에 부도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길이 막힌 기업들은 회사채와 CP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25일 삼성 현대 대우 등 초우량 대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도 20%가 채 소화되지 못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개별기업을 지정, 여신을 강제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구조조정일정이 시급히 궤도를 찾아 전반적인 신용공황이 해소되는 길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행히 27일 금리와 환율이 한풀꺾이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다음달이면 불안심리가 진정되고 흐름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금융권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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